"내편 아니면 모두가 적"…'문자폭탄'으로 공격까지
가짜 뉴스 유포하고 비하발언도 서슴지 않아
[ 조미현 기자 ]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일부 유권자 사이에서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편가르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가짜뉴스를 유포하거나 네거티브 공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이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정의당 홈페이지는 20일 한때 접속 폭주로 서버가 다운됐다. 전날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한 것이 빌미가 됐다. 일부 네티즌은 정의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심 후보가 보수 후보들과 함께 문 후보를 협공했다”며 비난했다. 가수 전인권 씨도 지난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문 후보 지지자들에게 ‘적폐세력’이라며 공격을 받았다. 이에 전씨는 이튿날 안 후보를 직접 만나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과거 대선에서도 지지자들 사이에서 편가르기나 네거티브 공방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정체성이 같다고 구분되는 유권자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는 문 후보 지지자들이 “안희정 지지한 구의원·시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 때 응징해야”한다든가, 상대 후보 진영에 ‘문자폭탄’을 보내 물의를 빚었다. 온라인에서는 이 같은 극성 지지자를 두고 ‘문베충(문재인+일베충)’ ‘안슬림(안철수+무슬림)’ 같은 신조어도 생겼다. 이번에 심 후보와 전씨에게 맹폭을 퍼부은 주체도 문재인 팬클럽(문팬) 소속의 극성 지지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들이 이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후보 측 송영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이날 트위터에 “모두 1등 후보에게 공격한다. 심 후보마저 편승하는 것을 보니 정의당이 정의가 아닌 듯하다”고 남겼다. 이에 박원석 정의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심 후보와 정의당은 문 후보나 민주당을 돕기 위해 출마한 것이 아니다”며 “토론에서 공격이든 방어든 문 후보 스스로의 힘으로 하라”고 비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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