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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학교운영 참여 논란] "등록금 냈으니 참영권 당연" vs "백년대계 사업도 재학생 허락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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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학생 무관심 속 일부 운동권에 휘둘려
서울대 시흥캠퍼스·고려대 미래대학 등 표류·무산
"분규 땐 정부사업 감점"…학생들 달래기 '급급'



[ 황정환 / 구은서 기자 ]
대학가에서 제2캠퍼스 등 역점 사업이 학내 갈등으로 잇따라 무산 위기에 몰리는 것은 학생들이 대학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참영권)의 범위를 놓고 학생과 대학 간 견해 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난으로 학내 정치에 무관심한 학생이 늘면서 총학생회 등 학생 대표 기구에서 소수 과격파의 입김이 커지는 것도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참영권 범위 두고 극한 갈등

참영권은 각종 법령과 정관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학내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평의원회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대는 2011년 시행된 ‘서울대법인화법’에 따라 학생의 장학·복지 시책에 한해 학생 참여를 보장한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나 이사회에 넘어갈 주요 사항을 최종 심의하는 평의원회에는 학생 대표가 참여하지 못한다.

서울대가 추진 중인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은 참영권 범위를 놓고 학생과 대학 측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통학 등 학습권을 크게 침해할 수 있는 만큼 학생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단과대 학장은 “학교의 장기 발전 프로젝트는 재학생이 아니라 교수와 교직원이 결정하는 게 맞다”며 “실시협약도 학생과 논의는 할 수 있을지언정 꼭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은 아니다”고 반박한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시흥시에서 66만2000㎡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인근 배곧신도시 개발 사업자인 한라건설에서 1500억원 상당의 건축비를 지원받는 내용의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반 년 넘게 이어진 갈등은 잦아들 기미가 없다. 학생들은 10월부터 153일간 본관 점거 농성을 벌였고 지난달 교직원과 학생 간 몸싸움 끝에 해산됐지만 총학생회 측은 지난 13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착공 예정이던 시흥캠퍼스는 무산 위기에 빠졌다. 시흥캠퍼스에 관심을 보이던 기업이나 해외 대학도 학내 갈등이 불거진 뒤 관망세로 돌아섰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국내 최초의 무계열 학과 대학인 ‘미래대학’도 한 달에 걸친 본관 점거 농성 끝에 무산됐다. 염 총장이 “학교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학생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사업 자체가 공식 철회됐다.


◆강경파 입김 세지는 총학

학생 대표 기구인 총학생회가 극단적 성향의 일부 운동권 학생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도 학내 갈등을 키우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연세대 서강대 한국외국어대 등 대학가에선 투표율이 미달되거나 아예 후보자가 나오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다수의 무관심 속에 가까스로 구성된 총학을 주도하는 것은 소수의 과격한 목소리다. 시흥캠퍼스 반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학생들은 지난달 11일까지 점거하던 본관 내 화이트보드에 ‘자본에 굴종하는 서울대 보직교수 처단! 자본주의 철폐! 사회주의 건설!’이란 글을 남겨 구설에 올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반자본주의 성향 정치단체인 ‘사회변혁노동자당’ 소속”이라며 “여기에 거부감이 큰 학생도 있지만 학내 일에 관심 없는 대부분 학생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행위 자체로 불법인 본관 점거에 대해 학생을 징계하려고 해도 ‘대학이 학생들을 탄압한다’는 식의 외부 여론이 부담스럽다.

각종 정부 지원 사업에서 학내 갈등이 감점 대상인 것도 대학 측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제2캠퍼스 논란으로 갈등을 빚은 서울대와 서강대는 최근 정부가 5년간 1조6300억원을 투자하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링크플러스) 사업에서 탈락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내 분규 때문에 언론에 대서특필되면 한 해 정부사업 중 절반은 날아가는 셈”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 측은 학생을 달래기 바쁘다. 고려대는 미래대학이 무산된 이후 학내 현안을 심의하는 교무위원회에 상정할 안건을 미리 학생들과 협의하는 학사제도협의회 구성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봉합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내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참영권 범위부터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도 국내 대학의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도외시한 채 본인 주장만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환/구은서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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