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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내 관료주의는 시장보복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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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년 역사의 도시바가 위기에 처한 배경을 심층 진단한 한경의 분석(4월13일자 A1, 4면)은 한국 기업에도 시사점이 많다. 같은 날 전해진 유나이티드항공의 어이없는 ‘오버부킹’ 승객 처리와 잘못된 대응방식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10여년 전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뒤 원전사업 부진 등으로 기울어져 온 도시바는 지난 11일 대규모 적자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4~12월 9개월간 5조56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 2조3500억원의 자본잠식이라는 경영 실상보다 회계법인의 ‘감사의견’도 구하지 못할 지경이 된 것에 일본 산업계는 더 충격받은 분위기였다. 2015년 회계부정 스캔들에 이어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일본 산업계의 거물 도시바의 퇴락에 대해서는 그간 적지 않은 분석이 있었다. CEO 나눠먹기 등 파벌주의, 뿌리 깊은 상명하복 문화의 관료주의, 잘못된 선택에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자기최면식 경영 등 제기된 지적 그대로라면 경영학의 오류집을 다시 써야 할 정도다. 도시바의 자구 혁신과 재기 여부에 따라 하나하나 냉철한 리뷰가 뒤따를 것이지만 ‘기업 내 관료주의’만큼은 당장이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기술 기업이 ‘도시바병(病)’이라는 경계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 중대한 요인이다. 오버부킹이라는 항공업계의 일상적 오류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유나이티드항공의 패착도 마찬가지다. 거짓 해명, 고객 경시 등 잇따른 원인분석을 보면 기업 내 관료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감지된다.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한국 기업들로서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물론 과도한 반(反)기업 정서에다 기업을 옥죄기만 하는 정치리스크 등 우리 기업은 외부 환경부터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근본 위기는 내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다. 기업가정신의 초심과 야성을 잃으면 관료주의는 독버섯처럼 자라나게 마련이다. 한계기업으로 추락할 때까지 당사자만 모르는 게 관료주의다. 기업 내 관료주의는 시장의 보복으로 돌아온다. 성공에 대한 보상도 확실하지만 실패에 냉정하고 예외가 없는 곳, 시장은 그래서 무섭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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