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지난주 국내 전자 양강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며 1분기 '실적 시즌'의 포문을 열었다. 1분기 호(好)실적을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더 놀라운 기록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 실적 개선 주역은…삼성전자 '반도체'·LG전자 '조성진'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9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잠정)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48.20%, 작년 4분기보다는 7.38% 늘었다.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 9조3700억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반도체'다.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체 영업이익의 70% 가량을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고급 스마트폰 생산에 나서면서 고용량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익이 늘었다. 사물인터넷(IoT)·스마트카·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이 뜨면서 서버용 반도체도 잘 팔렸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거세다"며 "D램 및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총괄 실적의 성장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업황 호조의 수혜를 입었다면 LG전자는 '체질 개선' 덕을 봤다. 지난해 12월 출격한 '조성진 호(號)'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1분기 92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9년 2분기 달성한 분기 최대 실적(1조2438억원) 이후 8년 만에 최대다.
LG전자는 1분기 휴대폰 부문(MC사업본부)에서 적자폭을 크게 줄이며 영업손실의 충격에서도 벗어났다. 지난해 4분기 LG전자는 35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TV, 백색가전 등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선전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MC 사업부 손실을 대거 처리하며 조성진 부회장 체제로 정비를 마치면서 LG전자는 더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이 이끄는 2분기 실적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분기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스마트폰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4월 신규 스마트폰 '갤럭시S8'을 출시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이후 해외 언론과 시장으로부터 시장에서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스마트폰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면서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갤럭시 S8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실적 전망치도 올라가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호조에 더해 IM(IT·모바일) 사업부의 이익까지 뛰면 2분기에는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증권사들은 2분기 적게는 10조원에서 최대 1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G6'도 상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기대주다. G6는 재료비 단가가 낮아 수익성이 높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G6의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해 MC사업부의 흑자 전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5% 증가한 8449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LG전자 주가 '더' 오른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 상승폭은 실적에 못미친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200만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와 OLED의 판매호조로 실적 성장폭이 주가 상승을 웃도는 상황"이라며 "현재 주가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9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이 내세우는 목표주가는 이미 200만원대 후반을 호가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80만원, 한국투자증권은 285만원까지 목표가를 높여 잡았다. 맥쿼리증권은 가장 높은 수준인 290만원을 목표가로 제시했다.
LG전자의 주가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간 LG전자의 주가는 12% 올랐지만 MC사업부의 턴어라운드, 사업부별 수익성 증대 기대감 등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의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가를 기존 8만6000원에서 9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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