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하는 말썽꾸러기 피터와 다양한 동물들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그대로…
맥그레거씨 정원에 간 주인공
세계인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작품 중에는 동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 《피터 래빗 이야기》도 2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1억 부 이상 판매된 고전이다. 동물 이야기는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고루 사랑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림 동화인 《피터 래빗 이야기》는 어른들이 읽는 세계문학 컬렉션에 당당히 끼어 있는 명작이다.
《피터 래빗 이야기》는 모두 23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인데 작은 시골농장, 숲속 등을 배경으로 주인공 피터 래빗과 친구들이 엮어가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피터 래빗 이야기>의 주인공 피터는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이라는 세 마리 토끼와 엄마 토끼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 토끼가 외출하면서 “들판이나 오솔길에서는 마음껏 놀아도 되지만, 맥그레거 아저씨네 정원에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착한 토끼들은 오솔길에 가서 산딸기를 따지만 말썽꾸러기 피터는 맥그레거 아저씨네 집으로 가서 상추와 강낭콩 마구 먹어대다가 당근까지 와작와작 씹는다. 결국 아저씨에게 들켜서 도망가다가 신발과 옷을 잃어버리고 양철 물뿌리개 속에 숨어든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겨우 탈출하지만 감기에 걸린다. 다른 토끼들이 빵과 우유, 산딸기를 마음껏 먹을 때 피터는 겨우 국화차만 마신다.
이어지는 <벤자민 바니 이야기>에 나오는 피터는 옷이 없어 손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다닌다. 맥그레거 아저씨와 그의 부인이 마차를 타고 외출하자 피터는 아기토끼 벤자민 바니와 함께 옷을 찾으러 나선다. 옷을 찾아오다가 고양이가 나타나자 바구니 속에 숨지만 고양이가 바구니 위에 웅크리고 앉는 바람에 둘은 5시간 동안 갇히게 된다. 바니의 아빠가 나타나서 겨우 바구니를 빠져 나온 피터의 좌충우돌은 시리즈 내내 계속 된다.
《피터 래빗 이야기》를 읽으면 왜 이 이야기가 세계명작이 되었는지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말썽꾸러기 동물들이 스스로를 곤경에 빠뜨렸다가 자기 힘으로 빠져나오는 상황이 재미있으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혹적인 상황과 다양한 중독의 늪 앞에서 멈춰야 한다는 알지만 홀린 듯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 불행히도 한 번 빠지면,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처럼 곧바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짤막짤막하게 이어지는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점검해보면 좋을 듯하다.
행복하고 모범적인 작가의 삶
세계적인 명작을 쓴 작가들 중에 불행하게 삶을 끝낸 이들이 많다. 《피터 래빗 이야기》를 쓴 영국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는 드물게 행복하게 살다가 큰 감동까지 안기고 떠난 인물이다. 포터는 1866년, 랭커스터 면화 목장을 갖고 있는 부호의 딸로 태어났다. 꽃과 동물, 자연에 관심이 많은 포터는 어릴 때부터 토끼와 박쥐, 쥐와 고슴도치를 키웠다. 그 동물들을 관찰한 내용이 《피터 래빗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다. 9세 때부터 옷을 입은 동물을 그리기 시작한 실력으로 포터는 자신의 책에 삽화를 직접 그렸다.
포터는 27세 때 가정교사의 다섯 살 난 아들 노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작가가 되었다. 노엘에게 보낸 그림 편지를 토대로 《피터 래빗 이야기》가 탄생했고 피터 래빗 인형도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포터는 출판사에서 알게 된 노먼 웨렌과 약혼하지만 그가 몇 달 만에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슬픔을 이기기 위해 조용한 호수 지방으로 떠난다. 그곳 힐탑 농장에서 소박한 시골생활을 하면서 계속 글을 쓰던 중 그 마을이 개발된다는 걸 알고 막대한 유산과 인세로 땅을 사들였다. 그때 포터가 땅을 사서 개발을 막은 덕분에 지금도 호수지방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재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다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녀는 14개의 농장과 집 20채, 4000에이커의 땅을 자연보호 민간단체인 내서널 트러스트에 기증했다. 지금도 그녀의 집에 매년 7만5000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을 반영하는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는 《피터 래빗 이야기》와 함께 그녀의 아름다운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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