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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Success Story] 전자상거래 불모지 개척 10년…유니콘으로 성장한 '인도의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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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플립카트

스쿠터 타고 첫 주문상품 배달

명문 인도델리공대 출신 두 청년 아마존 반년 다니다 온라인 서점 창업
신용카드 이용 적어 도입한 착불제 '대박'

인도 최대 온라인 의류 쇼핑몰 등 알짜 기업 거침없이 인수합병
작년 매출 23억달러…회원 1억명 돌파,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



[ 홍윤정 기자 ]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16년 10대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창업 기업)’ 중 인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인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플립카트다. 인도 토종 기업인 플립카트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처럼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다. 창업 10년 만에 기업가치 150억달러(약 17조원)의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도 시장에서 아마존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플립카트를 추격하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인도 출신 두 청년의 도전

플립카트는 인도 명문 인도델리공과대(IITD) 동창인 사친 반살(36)과 비니 반살(36)이 함께 세웠다. 두 사람은 2006년 대학을 졸업한 뒤 아마존에 입사했지만 6개월 만에 퇴사했다. 인도에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서였다.

시작은 온라인 서점이었다. 투자자들을 모아 설명회를 열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2007년 두 청년은 벵갈루루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들이 모은 40만루피(약 700만원)로 사업을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개설하기 위해 회사명을 정해야 했다. 그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온라인 서점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파는 전자상거래 업체였기 때문에 포괄적인 이름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워야 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이름은 플립카트였다. ‘당신의 카트(kart)에 물건들을 툭 튕겨(flip) 넣으세요’라는 뜻이었다. 간단하면서도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상품들이 새로 추가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이름이었다.

초창기 그들은 플립카트를 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서점 앞에서 팸플릿을 나눠주는가 하면, 직접 책을 배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판매한 책은 인도 마부브나가르에 사는 VVK 찬드라라는 남성이 주문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라》였다.

사친 반살이 찬드라의 블로그에 플립카트의 홈페이지 주소 링크를 달았고, 호기심이 생긴 찬드라는 링크를 클릭했다. 찬드라는 “홈페이지 디자인은 조악했지만 소비자 친화적이었다”며 “마침 찾던 책도 팔고 있었기 때문에 모험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스쿠터를 타고 찬드라의 집으로 책을 배달한 사람은 두 창업자였다. 그들은 2015년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을 직접 배달해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착불 서비스’로 인도 시장 제패

인도는 플립카트가 문을 열기 전까지 전자상거래 시장의 불모지였다. 인구가 12억6000만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지만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진출하기에는 장애물이 많았다. 인터넷 사용률이 5%에도 못 미치는 데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아 대부분의 거래가 현금으로 이뤄졌다. 전자상거래는 주로 신용카드 결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선두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건 모험에 가까웠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두 창업자는 이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업계 처음으로 물건을 받은 뒤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착불 서비스를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플립카트는 이후 성장을 지속하며 전자기기, 생활용품 등으로 판매 상품을 확장했다. 창업 10년 만에 기업가치는 150억달러로 뛰었다. 지난해 2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회원수 1억명, 판매업체는 10만개 이상 등록돼 있다. 사이트의 하루 방문자 수는 1000만명에 이른다.

플립카트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거침없는 인수합병(M&A)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관련 기업들을 최대한 사 모았다. 2010년 미국 서적 사이트인 위리드를 인수했고, 이듬해 콘텐츠 사이트 마임360을 사들였다. 이어 2012년 월 방문자 수 500만명의 온라인 가전업체 렛츠바이닷컴, 2014년 인도 최대의 온라인 의류 쇼핑몰인 민스라닷컴을 인수했다. 지난해 4월에는 전자결제시스템 업체인 폰페를 사들였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제품과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마존, 알리바바와 경쟁 치열해질 듯

인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인도의 인터넷 이용률은 10년 새 크게 높아졌는데도 2015년 기준 26%에 불과하다. 인도 젊은이들은 인터넷 쇼핑에 서서히 유입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60억달러였다. 매년 시장 규모는 평균 31%씩 커져 2021년에는 6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인도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플립카트가 당분간 성장의 과실을 상당부분 따먹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작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플립카트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45%로, 26%인 스냅딜과 12%인 아마존을 크게 앞섰다. 메릴린치는 2019년까지는 플립카트가 시장 점유율 44%로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인도 시장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아마존은 2013년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했지만 고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마존이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2대 시장인 인도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인도 시장에 5억달러를 투입했다.

알리바바도 인도 시장을 잡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미 인도 전자결제 스타트업 페이티엠에 6억8000만달러를 쏟아부은 데 이어 최근 1억77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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