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카스텔라 줄폐업' 팩트일까요?
#서울OO맵 X 팩트체크
'대왕카스텔라' 논란 그 이후
35년 서울 개·폐업 현황 전수 조사
"경멸의 눈빛..그저 버티고 있다"
[편집자 주] '대왕 카스텔라(표준어 카스테라 X)' 논란. 지난 달 12일 종합편성방송 채널A '먹거리 X파일-대왕 카스텔라 그 촉촉함의 비밀' 보도 이후 대왕카스텔라 업계에 혹한기가 불어 닥쳤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성분. 채널A는 "500~530g짜리 카스텔라 10개(한 판)를 만드는 데 버터 대신 식용유 약 700㎖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식용유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게 이상하고 왠지 찜찜하게 느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비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대만식 대왕카스텔라는 '식용유 범벅 카스텔라'로 전락했습니다. 줄 서서 사먹던 대만식 대왕 카스텔라의 인기는 한순간 꺾였습니다. 이후 보도 사실 여부 및 식용유 유해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프랜차이즈사와 점주들이 반박에 나서면서 보도 선정성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이내 정직하게 빵을 만든 카스텔라 업주들마저 '줄줄이', '도미노' 폐업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보도와 업계 증언이 쏟아졌습니다.
뉴스래빗은 방송 이후 업계 상황을 검증하기 위해 서울 내 대왕카스텔라 업체 운영 현황을 '팩트체크'합니다. 서울시가 열린 데이터 광장에 공개한 음식점 식품위생업소 현황을 업종·지역·시기별로 분석하는 뉴스래빗만의 #서울OO맵 데이터저널리즘 기법입니다.1편 #서울커피맵, 2편 #서울치킨맵, 3편 #서울흡연맵에 이은 4편 #서울카스텔라맵.
대왕카스텔라의 줄폐업 그리고 영업부진은 과연 사실일까요.
#1. 방송 후 줄폐업? 거짓
= 노원구 영업부진 폐업 단 1곳
▽ 서울 '대왕 카스텔라' 127곳 개·폐업 인터랙티브 지도 https://goo.gl/bQ6D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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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뉴스래빗이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개·폐업 현황을 확인한 결과 서울 내 카스텔라 전문 매장은 현재 총 121곳이 문을 열고 있습니다. 1982년 개업한 카스텔라 전문점 1곳을 포함해 지난 35년 간 서울 내 127곳 매장이 카스테라 ('카스텔라' 표준어 쓴 상점 1곳도 없음) 상호명을 달고 문을 열었습니다.
* 여기서 잠깐 : 서울시가 열린 데이터 광장에 공개하는 식품위생업소 현황은 서울 내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전수를 업종·지역·운영 시기 기반으로 전수 기록하고 공식 공개하는 유일 자료입니다. 최신 데이터를 매일 반영할만큼 공공 데이터적 신뢰도가 높습니다.
127곳 가운데 6곳 매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4곳 폐업 사유는 행정착오(업종명 신청 착오), 업소이동, 전출, 업종변경 등입니다. 중요한 건 4곳은 지난달 12일 채널A 방송 이전에 폐업했다는 점. '식용유 대왕 카스텔라' 논란과 폐업에 상관 관계가 없습니다.* 지도 위 빨간 점에서 폐업 날짜 사유 확인
폐업 시점이 방송 이후인 매장은 두 곳입니다. 3월 24일 폐업한 노원구 중계동 '단수이대왕카스테라', 닷새 뒤인 29일 문을 닫은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내 '따호카스테라'입니다. 따호카스테라 폐업 사유는 '행사 종료', 중계동 단수이대왕카스테라는 사유는 '영업부진'이었습니다.
2곳이 방송 이후 문을 닫긴 했지만 폐점 사유를 '영업 부진', 즉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은 곳은 중계점 한 곳 뿐인 셈입니다. 신세계백화점 내 '따호카스테라'도 시점 상 '식용유 카스텔라' 비난 여론에 문을 닫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 사유가 '행사 종료'인 탓에 영업 부진을 결정적 폐업 사유로 볼 순 없습니다.
따라서 지난 35년 간 존재한 서울 127개 카스텔라 전문점 가운데 방송 이후 영업부진으로 폐업한 매장은 공식적으로 1군데 뿐입니다. 카스텔라 매장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는 대다수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는 팩트체크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2. 한순간 인기 하락? 사실
= 방송 후 신규 개점 '올스톱'
줄폐업은 없었지만 채널A 방송이 대왕카스텔라 시장에 미친 영향은 다른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방송 이후 신규 개업 현황입니다.
뉴스래빗 확인 결과 방송 전 폭발 성장세를 보이던 신규 개업은 방송 이후 뚝 끓겼습니다. 서울 내 마지막 개업한 대왕카스텔라 전문매장은 서초구 반포동 '대만락 카스테라'입니다. 지난 3월 14일, 방송 이틀 뒤였습니다. 이후 4월 3일 현재까지 서울에 새로 문을 연 대왕카스텔라 매장은 단 한곳도 없었습니다.
▽ 서울 '대왕 카스텔라' 127곳 연도별 개·폐업 현황 https://goo.gl/bQ6D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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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이전까지만 해도 대왕 카스텔라 신규 매장은 폭발적인 증가 추세였습니다. 서울 내 대왕카스텔라 매장 운영 기간이 대부분 1년이 채 안 된다는 데 그 증거가 있습니다.
뉴스래빗 분석 결과 지난 35년 간 서울 내 개·폐업한 카스텔라점 127곳 가운데 97곳(76.3%)가 2016~2017년(소재지시작일 기준) 최근 1년 내 개업했습니다. 그 중 절반 가량인 47곳(48.4%)는 올해 1월 1일~3월 14일까지 단 73일 간 오픈했습니다. 하루 반나절마다 1곳 씩 대왕카스텔라 매장이 문을 열었다는 뜻입니다. 2016년 한 해 전체 개업 매장은 50곳이었습니다. 올초 불과 73일 간 개업 매장이 작년 신규점 수와 맞먹습니다.
대왕카스텔라 업계는 올해 명실상부 황금기를 꿈꾸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먹거리 X파일' 방송 3일 뒤인 3월 15일부터 신규 매장 오픈 소식은 서울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 다음 날 '식용유 카스텔라' 비난 여론이 바로 불붙으면서 대다수 창업 준비자들이 오픈 연기를 신청하거나,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3. "경멸의 눈빛..그저 버티고 있다"
대왕카스텔라 업계는 '대박 열풍'에 올라탈 준비를 이제 막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제공시스템에 등록된 카스텔라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 17개 중 14곳 역시 올해 등록을 마쳤을 만큼 역사는 짧습니다. 나머지 3곳도 지난해 말에야 이름을 등록했을 정도죠.
'먹거리 X파일' 방송 이후 폐업은 단 2곳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매장의 영업기간은 2개월에 불과했습니다. 개업 1년 안팎인 다른 95곳 매장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3일 만난 서울 강남역 번화가의 한 대왕카스텔라 매장 점주는 업계 분위기를 "완전 망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예전엔 줄 서서 사갔는데 요즘은 '저기가 방송에 나온 거기야'라며 경멸의 눈빛을 보내고 지나간다"는 하소연이 이어졌습니다.
점주는 다만 "언론이 표현하는 대로 '줄폐업'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저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강남역 같은 비싼 번화가에 유행 타는 매장을 내는 사장들은 웬만한 매출 하락에 줄줄이 무너지진 않는다"며 "다만 (대왕카스텔라를 내리고) 대부분 업종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 매장은 방송 전엔 없던 에그타르트 메뉴를 파는 등 궁여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업종 변경, 즉 대왕카스텔라 장사는 일단 폐점을 고려 중입니다. 방송 이후 매출의 80%가 날아갔다는게 점주의 하소연이었습니다.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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