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ATM으로 입·출금
입금된 현금은 타은행서 관리
K뱅크, 인건비·임대료 절감해 금리 연 2% 정기예금 출시
시중은행엔 없는 중금리대출…경력단절자·특수고용직 겨냥
[ 이현일 기자 ] K뱅크가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마침내 4월3일부터 영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인터넷은행이 야심차게 준비한 금융서비스가 서서히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K뱅크가 제공하는 각종 금융서비스들은 31일 한때 K뱅크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공개돼 주목받기도 했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영업점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로만 예금과 대출, 카드 업무 등을 봐야 하는 만큼 고객들의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거듭 밝혔다. 더 싼 대출이자와 더 높은 예금이자를 전면에 앞세우되 우리은행 위비뱅크, 신한은행 써니뱅크 등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크 서비스와는 차별화되는 재미와 혜택을 고객들에게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현금도 수표도 없는 은행
인터넷은행엔 기존 은행에는 당연히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없다. 가장 먼저 영업점과 창구직원(텔러)이 없다. 아무리 답답해도 인터넷과 전화로 문의해야 한다. 덕분에 영업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그것을 고객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K뱅크의 올해 경비예산은 초기 홍보비를 포함해 873억원 정도로 대형 시중은행의 10% 수준이다. K뱅크는 서울 광화문 본사 사무실 외에는 부동산 임차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신한은행은 올해 부동산 임차료를 포함한 물건비로만 8630억원을 쓴다.
K뱅크는 절감한 비용으로 예금금리를 높이기로 했다. 1년 만기 금리가 최고 연 2%(세전 기준)인 ‘코드K정기예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에는 현금이나 수표, 어음도 없다. K뱅크 계좌를 가진 고객들은 편의점 GS25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다. 금고도 없다. 따라서 K뱅크 ATM의 현금은 다른 은행에 입금돼 관리된다. 또 전자거래 영업만 하기 때문에 종이 수표나 어음도 발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업금융은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가맹점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행 전산망을 이용한 충전식 또는 직불식 결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나 부가통신사업자 등 중간 사업자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평균 1%대 후반인 카드결제 수수료를 0.5%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예금이자는 음악 쿠폰으로
인터넷은행은 지급하는 이자 형태도 게임 아이템, 음악·영화 쿠폰 등으로 다양해진다. K뱅크는 KT의 음원서비스 이용권을 이자로 지급하는 ‘뮤직K정기예금’을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통신데이터, 주문형비디오(VOD) 등도 이자 대용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 이모티콘, 뮤직, 게임 아이템 등을 예금이자로 준비하고 있다.
대출 심사 과정도 기존 은행과 다르다. K뱅크는 휴대폰 요금 납부 실적, 공과금 납부 이력 등을 대출 심사에 활용하기로 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신용 이력이 충분하지 않아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경력 단절자, 청년 실업자 등을 타깃으로 한 ‘슬림K중금리대출’을 선보인다. 이자율은 연평균 10% 내외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 230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직 근로자를 우대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인 경우 시중은행에서는 ‘사잇돌 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 외에는 신용대출이 어렵지만 인터넷은행에서는 가능해진다. K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비금융업 주주들이 더 자유롭게 금융과 다른 업종 생활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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