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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 미국 스타트업 사냥…그 뒤에 숨은 중국의 '군사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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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증강에 집중하라"…중국 지도부, 미국 기술 투자 독려
AI·로켓엔진·자율항행함선 등 관련기업 인수액 3년새 460배↑
기술 유출·안보위협 느낀 미국…M&A 감독 강화 검토



[ 박진우 기자 ]
미국 보스턴에 있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뉴렐라. 이 기업의 맥스 베르사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6월 미 공군 측에 투자를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낙담한 그에게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중국 투자회사 하이인캐피털이 선뜻 120만달러(약 13억5000만원)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왕광잉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에버브라이트그룹의 자회사다. ‘붉은 자본가’로 불리는 왕 회장의 누이는 중국 공산당 1세대인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부인이다.

미 국방부는 뉴렐라와 같은 첨단 스타트업에 대한 중국 기업 투자가 급증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투자라는 명목으로 미국의 기술을 흡수해 군사력을 키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中 정부가 투자를 독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2일 백악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에게 이런 보고서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가 중국 기업에 인민해방군의 군사적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AI와 로봇 등 중요 기술에 특화한 미국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라고 독려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잠재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감시 능력이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가 안보상 이유로 중국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에 따른 기술 유출을 경고하고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회사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2013년 3220만달러이던 중국 기업(민간·국유기업 합산)의 미국 기술(자동차, 전자, 정보통신기술, 산업장비, 교통 분야 합산) 기업 인수액은 지난해 148억5100만달러로 급증했다. 460배 불어났다. 이를 스타트업으로 한정하면 중국 기업의 투자액은 2015년 99억달러에 달했다. 전년보다 네 배 증가한 수치다.

◆스타트업 中투자 유치 경계령

미 국방부는 중국 기업의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들이 군사적으로 응용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투자 대상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은 AI, 우주선 로켓엔진, 자율항행 함선, 전투기 조종석 화면 생산기술 등이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타트업 인수에 나선 중국 기업은 대부분 국유기업이나 중국 지도부와 연관된 민간 기업이다. 지난해 플렉시블 액정 제조 프린터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 카티바는 이사직 세 자리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의 아들 원윈쑹이 소유한 레드뷰캐피털 등으로부터 88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이렇게 되면 경영에 간여할 권리를 가진 중국 기업이 스타트업에 중국 국영연구소와의 파트너십이나 라이선스 계약 등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이들 기업이 미국 스타트업의 사무실이나 컴퓨터 접근 권한을 이용해 기술개발 과정을 엿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간 국방전문연구기관인 NDG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산업 및 군사로봇 개발’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이 인수한 스타트업의 기술이 잠재적으로 군사기술에 응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국방부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외국 기업의 미국 스타트업 인수나 투자도 안보상 의미를 고려해 적극 감시·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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