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서울 공기의 질이 세계 주요도시 중 두 번째로 나쁘다’는 보도가 어제 신문 헤드라인을 일제히 장식했다. 세계 곳곳의 대기오염 실태를 모니터한다는 에어비주얼(AirVisual)이라는 다국적 커뮤니티가 공개한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7시 서울의 공기품질지수(AQI: air quality index)는 179를 기록했다. 인도 뉴델리의 187에 이어 두 번째로, 스모그가 심하기로 유명한 베이징(160)보다도 훨씬 나쁜 수준이었다.
그렇잖아도 나라가 뒤숭숭한데 공기의 질마저 사실상 세계 최악이라니 많은 이들의 가슴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에어비주얼은 64개국 8000여개 지역 공기의 질을 AQI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대기 오염도가 높은 10개 도시 랭킹이 실시간으로 나온다. 에어비주얼의 실체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베이징 거주 한 미국인이 만들었다고 한다. 6개국에서 환경 과학자, 측정 전문가, 화학엔지니어, 대학교수 등이 커뮤니티를 이뤄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이 발표하는 AQI는 대기 중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오존 등 6개 항목을 측정해 산출하는 것으로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식이기는 하다.
문제는 기초 데이터다. 대기오염 데이터를 실시간 제공하는 나라의 경우 해당 데이터를 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에어비주얼 회원들이 ‘노드(node)’라는 이름의 간이 측정기로 각국에서 데이터를 잰다. 노드는 에어비주얼 홈페이지에서 209달러에 팔고 있다. 마치 탁상시계처럼 생겼다. 이런 장비로 과연 정밀한 대기 측정이 가능할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리고 몇 개 도시의 데이터가 노드로 측정한 것인지 확인하기도 힘들다.
문제가 된 서울 공기는 환경관리공단이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자료를 쓴 것은 맞다. 그런데 서울 25개 지역 중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종로를 기준으로 했다. 그것도 출근 차량이 몰리는 아침 7시였다. 서울보다 1시간 느린 베이징은 아직 러시아워 전이고 유럽은 한밤중인 때다. 상대적으로 서울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21일 오전 10~11시께는 서울의 순위가 10~12위로 급락한 것만 봐도 그렇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오염 정도는 시간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 IMF OECD 등 국제기구에서는 보통 하루 평균치를 기준으로 한다”며 “이런 기준에선 서울은 대략 10위권”이라고 밝혔다. 혹시 서울도 ‘노드’로 쟀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정말 궁금해진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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