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대학가에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성희롱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동국대에서도 3년여 전 벌어진 단톡방 성희롱 사례가 뒤늦게 폭로됐다.
22일 동국대에 따르면, 이 대학 광고홍보학과 13학번 남학생 일부가 지난 2014년 1~4월 단톡방에서 상습적으로 성희롱·명예훼손 등 각종 언어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캠퍼스 곳곳에 나붙었다.
이들은 단톡방에서 미성년자인 여고생을 지목해 “성인식 시켜줘야지. XX도 한 번 해줘”라고 말하는가 하면 “(대학 신입생환영회) 뒷풀이 대신 ‘뒷XX’는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신입생 하나 잡아”라고 답하기도 했다.
학과명을 언급하면서는 “광홍과는 광주홍어과였던가”라며 지역비하 발언도 했다.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이 표현은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빈번하게 쓰인다.
단톡방에서 발췌한 표현들을 보면 “A양과 하기 vs B군과 하기 뭐가 더 ㅎㅌㅊ(‘하타취’의 초성으로 평균 수준보다 못하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 “뼈해장국 vs 설렁탕 선택은? B양 먹어” “□□여대 남는 구멍 있어요? 허벌이네요” 등 갖은 속어와 은어를 써가며 성적 대상화하고 문제 발언을 한 정황이 여럿 드러났다.
폭로 대자보는 “이는 단톡방에 있던 내용 중 극히 일부”라며 “가해자 대부분이 당시 학생회나 학과 내 동아리 집행부였지만 학과 구성원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모욕했다. 또 비상식적 대화를 주도하는 등 직책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국대 단톡방 사건 임시대책회는 “지금도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가 피해 사실을 안 당사자들은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 문제제기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가해자 처벌 등 올바른 대응을 통해 대학가에 만연한 온라인 성희롱과 인격모욕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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