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이든 중국 업체든 누가 인수해도 '법적 소송'
[ 정지은 / 김일규 기자 ]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안갯속에 빠졌다. 누가 인수하더라도 법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정치인은 노조 등을 의식해 외국 기업으로의 매각을 반대하고 있고, 매각 주체인 주채권은행은 정치권과 여론을 두려워해 이랬다저랬다 입장을 바꾸고 있어서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0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할지를 묻는 안건을 각 채권은행에 발송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총 9개 금융회사로 구성돼 있다.
채권 비율은 우리은행(33.7%) 산업은행(32.2%) 국민은행(9.9%) 수출입은행(7.5%) 등의 순이다. 채권 비율 75% 이상이 찬성하면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각 채권은행은 22일까지 찬반 여부를 회신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에 반대해왔다. “어차피 부결될 사안”이라며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묻는 안건 부의 자체를 반대했다. 실제 채권비율이 25%를 넘는 산업은행이 반대하면 안건은 통과될 수 없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지난 주말 한발 물러서 안건을 부의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문제 삼으니 산업은행이 눈치를 보다 태도를 바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격보다 국익과 일자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걱정된다”고 했다. 중국 회사가 2004년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핵심 기술만 빼돌리고 되팔았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채권은행들은 눈치 보기에 바쁘다. 채권비율이 30%대인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둘 중 하나만 반대해도 안건이 부결되는 만큼 더욱 신중하다. 혼자 반대했다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컨소시엄 불허가 기존 방침이지만 다른 채권은행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은행 측은 “산업은행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컨소시엄 불허 방침을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유력 대선 주자의 목소리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란 점에서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컨소시엄이 불허되면 박 회장은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더블스타가 “당초 약속과 다르다”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정지은/김일규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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