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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낙수 효과'] 공장 건설 인력만 2만명…논두렁 옆 편의점 7~8곳 밤새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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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특수'에 들썩이는 평택·파주·아산

월 임대료 1000만원 내는 함바집만 30곳 성업 중
일당 25만원까지 올라…조선소 퇴직자들 몰려
장비업체 매출 수직 상승…클린룸 업체 특수 만끽



[ 박재원 / 김현석 / 노경목 기자 ] 경기 평택에서 상가 월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은 평택 시내 중심가가 아니다. 사방이 논두렁인 지제동이다. 2015년 5월 삼성전자가 인근에 반도체공장을 지으며 함바(현장 식당)들은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임차료를 낸다. 식당 관계자는 “2015년 초만 해도 한 곳도 없던 함바가 30개까지 불어났다”며 “많을 때는 2만명에 이르는 인부들이 먹을 식자재와 술을 공급하는 트럭만 하루에 수십대씩 드나든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 공장 증설공사가 한창인 파주 월롱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고깃집을 창업했다는 이모 사장은 “불경기를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돼 몸이 고달플 정도”라며 “임대료가 주변 시세를 한참 웃도는 평당 10만원까지 올랐지만 수입은 괜찮다”고 웃었다.

작년부터 삼성 SK LG 등 대기업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 신·증설에 나서면서 전국 곳곳에 특수(特需)가 발생하고 있다. 공장 한 곳당 15조원 이상 돈이 풀리며 건설업체와 장비업체들이 1차 수혜를 보고 있다. 이들 업체 근로자의 소비로 대기업의 시설투자 온기는 인근 식당 등 서비스업까지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최순실 사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미국 금리 인상 등 국내외 악재에도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그나마 0.4%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투자’ 덕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새벽에도 불야성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 라인을 증설 중인 충남 아산시 탕정면의 A3 공장 주변은 수천여대의 출퇴근 차량과 오토바이로 주차장으로 변했다. 당초 디스플레이 단지를 가로지르는 탕정로가 수천여대의 불법주차로 다닐 수가 없자 삼성 측은 작년 말 대규모 주차장을 만들었다. 6~7개 라인을 한꺼번에 만들려다 보니 1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몰려 건설현장은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 건설은 ‘속도전’이다. 공장을 더 빨리 건설해 양산시기를 앞당길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이 같은 대형 공장이 잇따라 지어지면서 관련 건설사들엔 일감이 넘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배관 용접 덕트(환기통) 보온 등 설비 기능인력의 임금은 작년 하반기 12~15% 올랐다”고 전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꼭 필요한 클린룸 전문 인력은 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 지난해 12만원이던 하루 인건비가 최근 25만원까지 치솟았다.

대형 타워크레인 등 건설 기자재 업체들도 호황이다.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신우개발 관계자는 “대형 타워크레인의 80~90%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 건설현장에 투입돼 있다”며 “타워크레인 기사의 인건비도 최근 1년간 10% 올랐다”고 설명했다.

◆장비 제조 중소·중견기업도 호재

신축 공장 투자비의 60~70%는 공장에 들어가는 장비값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모두 장비가 대형화되면서 장비 하나의 크기가 보통 2층 주택 크기다. 늘어나는 투자에 장비업체도 수혜를 보고 있다.

올초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회사인 에스에프에이를 필두로 관련 기업들이 ‘매출 또는 이익 30% 이상 변동 공시’를 잇달아 쏟아낸 게 단적인 예다. 지난해 에스에프에이의 매출은 전년 대비 2.5배 이상 뛰는 등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 장비회사인 테스 관계자는 “상장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치고 매출 30% 이상 변동공시를 내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 증설에 나선 곳도 많다. 원익머티리얼즈가 청주에 제3공장을 설립하기로 했고 AP시스템도 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이는 채용 증가로 이어졌다. 재작년 말 576명이던 에스에프에이 직원 수는 작년 9월 말 608명으로 늘었다.

◆주변 상권 ‘술렁’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신·증설은 인근 상권의 호황으로 이어진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공사현장 앞의 한 편의점은 공사 시작 전 150만원이던 하루 매출이 두 배인 3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화장품과 생활잡화를 파는 올리브영 매장은 건설현장 인부들이 밤낮없이 드나들어 다른 지역과 달리 밤 12시까지 영업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인근인 명암2리도 마찬가지다. 작은 농촌 마을에 편의점만 7~8개 생겼고 이모네흑돼지, 탕정중국집, 로또밥집 등 음식점도 수십 곳이다. 전통마사지 등 마사지숍도 성업 중이다. 짓고 있는 건물까지 원룸만 70~80개동에 달한다. GS25 아산삼성점 직원은 “작년부터 담배 음료수 등 매출이 서너 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공장 건설 인력 및 장비 설치 인력이 유입되며 주택 임대료도 상승세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인근에선 공급면적 80㎡ 아파트를 기준으로 지난해 초 50만원이던 월세가 70만원까지 뛰었다. 고덕동양공인 관계자는 “요즘 경기가 안 좋다고들 하지만 평택에선 와닿지 않는 말”이라고 말했다.

파주=박재원 / 아산=김현석 / 평택=노경목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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