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한양도성 주민 "슬럼화 심각…소송할 것"
서울시 도시계획위 결정
"보존 필요하거나 지지부진한 곳"
주거재생사업 같은 소개발 추진
연내 추가로 30여곳 해제 계획
한남1 다세대 소유자도 '울상'
[ 조수영/설지연/김형규 기자 ]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구역 35곳을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한다. 서울시가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지역이나 개발이 지지부진한 곳들이다. 서울시는 투입비용을 보조하고 주거재생사업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비구역 무더기 직권해제
16일 서울시는 전날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종로구 사직2·옥인1·충신1, 서초구 방배8, 금천구 독산18 등 총 35곳의 정비구역 지정 직권해제안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15년 ‘뉴타운·재개발 ABC관리방안’을 발표하고 A(정상 추진), B(정체), C(추진 곤란) 등 3개 유형으로 나눠 관리해왔다. 사업 추진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되면 주민 동의를 통하거나 시장 직권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했다.
이번 직권해제 조치는 2015년 수유1-1 등 정비구역 27곳에 이어 두 번째다. 종로구 사직2·충신1·옥인1구역 등은 서울 성곽과 인접해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한양도성을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2013년부터 성곽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서초구 방배8·북가좌2·창5동 224 등은 행위제한 해제가 원인이다.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신축 등 개발을 제한하는 기한이 종료됐다. 그 결과 개별단위 신축이 이뤄지면서 정비구역 지정이 유명무실해졌다.
한남1·신월1구역 등은 최고고도지구 등이 포함돼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특히 한남1구역은 이태원 관광특구가 상당부분 포함돼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지역적 특성을 살려 상업지역으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독산18·독산20·시흥19 등 14곳은 법에서 정한 사업기간(일몰기간) 내에 사업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달 말 고시를 통해 행정절차를 최종 마무리한다. 이어 올해 추가로 정비구역 30여곳을 직권해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추진위원회 및 조합이 그동안 사용한 돈의 70% 범위까지 보조하기로 했다.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을 위해 해제된 지역은 검증된 금액 전액을 보조한다. 시는 올해 74억원의 매몰비용 보조금 예산을 책정했다.
◆한양도성 지역 거센 반발
한양도성 등재를 위해 직권해제되는 사직2·충신1·옥인1구역에서는 강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주택 노후도가 심각해 지역 전체가 슬럼화되는데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직권해제를 밀어붙였다는 주장이다. 사직2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절반이 빈집이고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로 노후한 상황인 데다 직권해제되면 세입자들은 아무 혜택도 못 보고 쫓겨난다”며 “직권해제 무효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던 옥인1구역은 도계위 결정 공문이 도착하는 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직2·충신1·옥인1구역은 중앙형 관리사업지역으로 선정해 주거환경관리사업에 들어갔다”며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를 살리는 재생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1구역에선 다세대주택 소유자의 반발이 거세다. 아파트를 배정받을 목적으로 투자한 이가 많아서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자체적으로 집을 정비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단독주택 상가 등을 보유한 이들은 반기고 있다. 이태원 일대 상권 활성화의 후광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이태원동의 한상진 대성공인 대표는 “유엔사 개발, 용산공원 등의 호재가 많아 재개발보다 이태원 관광특구로 유지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소유자가 많다”고 전했다.
직권해제 지역에 대한 적절한 재생정책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빌라 난립 등 난개발 우려도 제기된다.
조수영/설지연/김형규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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