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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프랜차이즈 안 무섭다, 카페보다 특별하니까" 대학생 창업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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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음료전문점 '베브릿지' 창업한 외대생 조현우씨



[ 조아라 기자 ] "외국인 친구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한국인들도 외국에 대한 호기심이 크니 외국 음료를 팔면 경쟁력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특성상 외국인 친구들이 많아 아이템이 통할 것으로 판단했죠."

지난 13일 중앙대 앞에서 만난 한국외대 4학년 조현우 대표(32·사진)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학교 동아리방에서 각국 음료수를 팔던 경험을 살려 세계음료전문점 '베브릿지(BE:BRIDGE)'를 키워냈다.

베브릿지는 베버리지(Beverage: 음료)와 브릿지(Bridge: 다리)의 합성어로, 음료를 통해 세계의 다리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조 대표는 학교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휴학을 하면서 창업에 집중했다. 그가 30대의 나이로 대학생 창업자가 된 사연이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한국외대와 동대문의 직영점에 이어 올 들어 중앙대 인근에 첫 가맹점까지 낸 것이다.

보통의 카페와 차별화된 메뉴가 베브릿지만의 강점이다. 판매 음료의 70% 가량이 다른 가게에서는 팔지 않을 정도다. 습관적으로 기존 음료를 찾는 기성세대보다는 새로운 아이템을 받아들이는 대학가의 젊은층을 공략했다. 외국인이 많은 학교 특성도 한 몫했다.

인기메뉴는 주로 해외 유학을 다녀온 한국인 학생 또는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다. 음료가 너무 낯설다고 생각되면 한국인 입맛에 맞게 현지화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조 대표는 한국외대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했다.

"베브릿지의 인기메뉴인 멕시코 전통음료 '오로차타'는 현지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국내에서도 맛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개발했어요. 국내 쌀 음료인 '아침햇살'과 비슷한 맛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계피와 바닐라향도 느낄 수 있어요."

맛을 흉내내는 것보다 신선한 원료를 사용한 점도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만의 유명 디저트 '망고컵빙수'도 인기메뉴입니다. 보통 시럽과 향을 첨가해 제조하지만 베브릿지는 얼린 망고를 직접 갈아요. 대만 친구들에게 현지 제조방법을 물어 만들었어요. 원조 맛과 비슷하죠."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건 아니었다. 학교 창업동아리 회장이었던 조 대표는 동아리방에서 커피를 팔았지만 금세 문을 닫았다. 막무가내로 창업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그는 시장조사부터 다시 했다. 소비자 특성과 자신의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거듭 고민했다.

"첫 카페가 실패한 뒤 6개월간 바닥부터 다시 짚어 올라왔습니다. 현장답사부터 음료 시장에 대한 분석 툴(tool)까지 많이 공부했어요. 그러다 외대라는 학교 특성과 네트워크를 살려 외국 음료를 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당장 조사에 들어갔죠."

조 대표는 국내에 세계 각국 음료를 한 곳에서 파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동아리방에 전문점을 차렸다. 2년간 학교 동아리방에서 운영한 '허브 더 카페'는 하루에 400명씩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확신을 얻는 그는 2014년 베브릿지를 창업했다.

그간 꾸준히 메뉴를 개발한 덕에 대만의 쩐주나이차, 스페인의 샹그리아, 인도네시아의 떼마니스 등 5개로 시작했던 음료 가짓수는 30개 이상으로 늘었다. 작년 4월에는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아 동대문점도 오픈했다.

카페가 즐비한 가운데 이색 음료를 아이템으로 잡은 베버릿지의 승부수는 통했다. 동대문점은 입점 건물에서 음료 부문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인근 프랜차이즈 업체보다 매출이 2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동아리에서 음료를 팔 때 주변에서 '취업용 스펙쌓기다', '나이먹고 뭐하느냐' 같은 소리도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제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만족스러워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후회없이 하고 있으니까요."


"올해는 말레이시아에서 유명한 아보카도 주스 '알뿌깟'이란 음료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지에 다녀온 지인 요청으로 개발하고 있어요. 이색적일 수도 있지만 점점 아보카도 시장이 열리는 추세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조 대표는 새 메뉴 개발뿐 아니라 가맹점 사업을 위한 유통과 물류망 등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가맹점 3호점까지는 가맹비를 한 푼도 받지 않을 계획이다. 스스로 가맹사업을 통해 얻는 경험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5년 전, 학교 동아리방에서 작은 카페를 창업했다가 실패한 대학생은 이제 확실한 아이템을 들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제 꿈은 전세계에 베브릿지를 선보이는 겁니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베브릿지 음료를 들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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