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치고 세계기록 세우는 한국 건설사들
오는 18일 터키 차나칼레 착공
쿠웨이트 최장 교량 완공도 눈앞
국토부, 전담팀 꾸리고 지원 확대
[ 이해성 기자 ]
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이 터키 차나칼레 대교 수주를 확정 지으면서 대표적인 거대 특수교량 두 개(사장교·현수교)와 관련한 ‘세계 최장’ 타이틀을 모두 한국 기업이 보유하게 됐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쿠웨이트에 짓고 있는 교량 ‘자베르 코즈웨이’는 내년 11월 완공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사장교(48.57㎞)에 등극한다. 대림·SK컨소시엄이 지을 터키 차나칼레 대교는 주탑 간 거리가 2023m로 현존하는 현수교 중 가장 길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터키 현지에서 차나칼레 본계약과 착공 행사를 지원하는 등 해외 특수교량 수주 지원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세계 최장 교량’ 공정률 70%
자베르 코즈웨이는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쿠웨이트만을 건너 수비야 신도시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이다. 현대건설이 2013년 11월 20억6000만달러에 수주한 비대칭 사장교다. 사장교는 비스듬히 세운 케이블로 여러 개의 주탑을 지탱하도록 설계된 교량이다. 현대건설은 본교량 36.14㎞를 왕복 8차로(비상차로 포함)로 짓고 있다. 서울 강변북로(28.5㎞)보다 훌쩍 긴 다리가 바다 위를 가로질러 위용을 차츰 드러내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70%다. 이 교량과 육지를 잇는 구간(링크) 12.43㎞ 공사는 GS건설이 맡고 있다. 총연장 기준으로 중국 칭다오 하이완대교(41.58㎞)보다 길다.
현대건설은 교량과 관련한 모든 기술을 자베르 코즈웨이에 쏟았다. 중동의 높은 기온, 해수 등 환경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최적 콘크리트 배합 기술이 대표적이다. 교량 북쪽과 남쪽에는 각각 인공섬을 조성하고 순환도로로 연결해 관광 휴양 상업 등 복합공간으로 꾸민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60개월로 정해져 있는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지난 5일 쿠웨이트를 방문했을 당시 사바 국왕은 자베르 코즈웨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최근 설계용역을 따낸 총사업비 4조4000억원 규모 ‘압둘라’ 신도시에 대한 정부 간 협력 방안도 이 자리에서 논의됐다.
◆‘최장 현수교’ 본계약 체결
대림·SK컨소시엄이 짓는 터키 차나칼레 대교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현수교다. 현수교는 수직으로 세운 케이블로 두 개의 주탑을 지탱하는 교량이다. 3.6㎞ 길이 현수교와 연결도로를 짓는다. 현수교는 두 주탑 간 거리가 멀수록 짓기가 힘들다. 차나칼레 대교는 이 거리가 2023m로 현존하는 현수교 중 가장 길다. 총사업비는 26억8000만유로(약 3조2000억원)다. 이 교량이 완공되면 불가리아 그리스 등 유럽 국경에서 터키 제1의 수출도시 이즈미르까지 소요시간이 기존 10시간대에서 5시간대로 줄어든다.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을 제치고 사업을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본은 2014년 정부 주도로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JOIN)를 만들고 기업을 전폭 지원하며 이 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가장 짧은 공사 기간을 내세운 대림과 SK가 지난 1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땐 수주를 장담할 수 없었으나 대림과 SK는 국토부와 협력해 터키 정부와 세부 조건을 조율한 끝에 오는 16일 현지에서 본계약을 맺기로 확정했다.
대림·SK 컨소시엄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다르다넬스에서 치열하게 벌어진 터키 대 영국·프랑스 연합군 전투(갈리폴리) 승전 기념일인 18일 착공에 들어간다. 터키 공화국 설립 100주년인 2023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주탑 간 거리가 2023m인 것은 이 때문이다. 차나칼레 대교 수주로 터키~유럽 간 교량 수주전 한일(韓日) 스코어는 2 대 2가 됐다. 앞서 일본은 보스포러스 2교와 이즈밋베이교를, 한국은 현대건설이 보스포러스3교를 수주한 바 있다.
국토부는 차나칼레 대교 건설에 글로벌인프라펀드(GIF) 등 정책펀드 지원은 물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다자간 기구를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6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해외인프라 수주 지원팀’을 따로 만들고 이를 전담 지원하기로 했다. 강 장관은 지난해 말부터 ‘저수익 단순도급’이 대부분인 해외 건설사업을 엔지니어링과 금융이 주도하는 ‘민관합동 수익사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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