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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판결 승복할 수 없다…헌재 해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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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재 기자 ] "이제 다시 시작일 뿐이다, 헌법재판소(헌재)의 해체를 요구한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다음날인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이른 시간부터 속속 모여들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군가 '멸공의 횃불'만이 거리를 뒤덮었다. 그 사이로 일부 참가자들의 "말이 안되는 결과…"라는 탄식이 새어나왔다.

제1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리는 오후 2시가 되자 태극기를 손에 쥔 집회 참가자들로 시청 앞 광장 거리가 채워졌다. '탄핵되면 다 죽는다', '조국을 위하여'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끼기 시작했다.

주최 측인 국민저항본부가 탄핵 무효란 구호를 외치자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달려졌다. 가슴에 '근조(謹弔)' 리본을 단 참가자들이 검찰 등을 빨갱이라고 비난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앞서 탄핵이 인용되자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국민저항본부로 이름을 바꾼 바 있다.

정광용 국민저항본부 대변인은 "어제 헌재의 탄핵 판결은 헌재발 역모였고 반란이었다"며 "헌재는 정족수마저 외면하고 말도 안 되는 판결문으로 국민을 우롱, 정의와 진실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심리는 특정인의 퇴임 기간에 맞춘 졸속이었고 최소한의 요건마저 외면한 판결은 무효"라며 "국가반란적 판결에 승복할 수도, 굴복할 수도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국민저항본부가 패배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으며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탄핵심판 무효와 헌재, 국회의 해산 등을 요구하고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이날 집회에는 숨진 김모씨(72) 등에 대한 묵념이 진행됐다. 국민저항본부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18일 장례식을 열 계획이며 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는 일반 시민들에게 "왜 찍냐"며 막아서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참가자는 세월호 추모 천막이 있는 광화문 광장 쪽으로 이동하다 경찰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다.

주최 측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이 적힌 쪽지를 보여주며 간첩들이 이곳저곳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사근 대한민국미래연합 대표는 "헌재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장에 불법이라는 비수를 꽂았다"며 "그동안 미뤄왔던 범국민 애국 단체 총연합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숨진 집회 참가자에 대한 진상규명회를 꾸려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극기집회엔 성조기를 목도리로 사용하거나 태극기 망토 등을 두른 사람들이 눈에 띠었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층도 일부 참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광역시 부평구에서 온 김모씨(70)는 "탄핵심판은 요건이 안 되는 데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것"이라며 "애국 국민이라면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을지로1가 방향으로 행진한 뒤 시청 앞 광장으로 돌아와 오후 8시께 해산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김평우·서석구 변호사,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등도 참석했다.

경찰은 이날 207개 중대 1만65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집회를 관리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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