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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그러나" "그런데"에 술렁…파면 선고하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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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헌재 대심판정

결정문 내용따라 희비
선고 전 긴장감 흐른 대심판정…세월호·세계일보 탄압 관련
대통령에 유리하게 낭독하자 대통령 측 고개 끄덕이기도

대한민국 운명 바꾼 22분
이정미 권한대행, 최순실 국정개입 관련 위헌적 행위 조목조목 밝혀
11시22분 "파면" 선고 후 퇴장



[ 박한신 기자 ]
말 그대로 ‘대심판’이었다. 심판의 대상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10일 오전 11시21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입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말이 나왔다. 숨죽여 듣고 있던 취재진과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와…” 하는 놀라움의 탄성이 튀어나왔다.


국회·대통령 측 모두 긴장 속 경청

‘역사적 판결’이라는 무게 때문인지 이날 헌재 대심판정엔 선고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오전 10시37분께 입장한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은 이동흡 변호사 등 먼저 도착한 대통령 대리인들과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장외의 열띤 취재 경쟁과 시위대 함성과는 달리 대심판정 안에는 사진기자들의 셔터 소리만 나지막이 울렸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들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반면 손범규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은 서로 얘기하는 등 편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시57분께 헌재 직원이 “지금부터 휴대폰 촬영이 금지된다”고 알리자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취재진도 숨죽여 재판관들의 입장을 기다렸다. “재판관들 입장하십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재판관들이 들어왔다. 모두 기립했다. 재판관들의 속내는 표정에선 드러나지 않았다. 8명의 재판관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정면을 응시했다. 11시부터 결정 요지를 읽어 내려간 이 권한대행의 목소리는 또랑또랑했다.

대심판정에 나온 국회 탄핵소추위원들과 대통령 대리인들은 한 글자도 흘려 듣지 않으려는 듯 귀를 기울였다. 권 위원장은 최순실 국정 개입 허용에 관한 내용이 시작되자 이 권한대행을 올려다보며 경청했다. 결정문 한줄 한줄에 희비가 엇갈렸다. 이 권한대행이 세월호 사건 및 세계일보 인사 압력 등과 관련해 ‘그러나’ ‘그런데’라는 접속부사를 쓰며 박 대통령 측에 유리한 듯한 내용을 읽어내려가자 손범규·채명성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 권한대행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나열한 뒤 접속부사들을 통해 이들 사건은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결정문 요지를 낭독하는 동안 ‘그러나’를 네 번, ‘그런데’를 세 번 사용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내용이 불리하게 흐르자 이중환 변호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마를 긁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대리인단 말없이 퇴장

이 권한대행은 “지금부터는 최순실에 대한 국정 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관해 살펴보겠다”는 부분에서 힐끗 오른쪽 벽에 붙은 시계를 쳐다봤다. 1초 정도 쉬며 안경을 고쳐 쓰기도 했다. 여기부터가 본론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의 위법적 행위들을 조목조목 밝힌 뒤 “피청구인(대통령)의 행위는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했다.

이 권한대행이 다시 한번 오른쪽 시계를 쳐다봤다. 11시20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 보겠다”며 말을 이은 그는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선언한 뒤 재판관들과 함께 뒤에 있는 문으로 퇴장했다. 11시22분이었다.

선고가 끝나자 대부분의 대통령 대리인단은 말없이 퇴장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들은 대심판정에 남아 악수를 나눴다. 권 위원장은 11시25분께 대심판정을 떠났다.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가 가장 늦게까지 대심판정에 머물다가 가방을 챙겨 취재진이 몰려 있는 정문으로 향했다. 가방 안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들어 있었다. 박 대통령의 운명을 바꾼 22분이 흐른 뒤 헌재 주변엔 “탄핵 무효”를 외치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함성이 높아졌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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