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 시간이면 중국인들이 줄을 설 정도로 북적이는 데 손님이 별로 없어요."
지난 7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여느 때와 달리 한산했다. 간간이 들어오는 중국인들 대다수가 개별 관광객(싼커)였다.
스마트폰을 보며 가격을 비교하거나 구매할 물품을 적은 수첩만 들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예전처럼 무리를 지어 몰려 다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영향으로 중국 정부가 현지 여행사에 한국 여행상품 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면세점 내 러브캣 매장 직원은 "단체관광객이 있었을 땐 잡화 코너도 바글바글했다"며 "지난달부터 뚝 끊겼고, 한국상품에 세금을 30%를 떼간다는 얘기에 지인용 선물로 가방을 사가던 싼커들도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밝혔다.
화장품 브랜드도 사드에 따른 영향을 체감하고 있었다. 한스킨 매장 직원은 "어제부터 고객들이 줄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하루 평균 100명 정도는 덜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오휘 매장 직원은 "지난주와 비교하더라도 고객이 절반 정도는 줄었다"며 "15일 이후엔 본격적으로 타격이 있을 거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찾은 롯데면세점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중국인들에게 인기있는 브랜드에서도 사드 영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MCM 매장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MCM 매장 직원은 "단체 관광객이 물밀듯이 빠져나가면서 이번 달부터 손님이 7~80% 확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명품 매장은 손님이 없는 매장이 더 많을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몽블랑 매장은 손님은 물론 직원도 없이 비어있었다. 오메가 매장 직원 3명은 멀뚱히 서서 중국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전문점인 위블로(Hublot) 매장 직원은 "지난달 말부터 매장을 찾는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했다"며 "지금 보이는 중국인 관광객은 모두 싼커라고 보면 된다. 이미 단체 관광객은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명동 인근의 호텔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명동 호텔을 찾는 유커들은 면세점을 들리기 위해 묵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명동 씨티호텔은 단체관광객들의 예약 취소 행렬이 본격화됐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만 전체 중국인 예약건수 중 20~30%가 취소되고 있다"며 "개인 뿐 아니라 단체 관광객도 예약을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비스 스타일 엠배서더 명동도 올해 1월엔 예약률이 17%로 전년 동월보다 8%가 하락했다. 지난달 예약률도 소폭 떨어졌다.
이비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유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엔 중국 정부의 제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15일 이후로 예약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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