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부족 27개사, 정부에 제도 개선 호소
발전·유화·반도체 등 업종
애초부터 할당량 적은데다 남는 기업들도 물량 안내놔
6월까지 부족분 못 메우면 시장가격 3배 과징금 물어야
"정부, 배출권 이월 제한…예비분 1400만t 조기공급을"
[ 주용석 / 황정수 기자 ]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6개월간 40%나 올랐다. 정부가 지난 1월 기업이 쓸 수 있는 배출권(할당량)을 늘려줬지만 시장에선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배출권을 사려는 기업은 많은 반면 팔려는 기업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올해 6월 말까지 시장에서 부족분을 사서 채워넣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장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배출권을 늘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이유다.
◆배출권 가격 6개월 새 40% 급등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배출권(2016년도분) 가격은 현재 t당 2만3700원이다. 2016년도분 배출권 거래가 본격화된 지난해 7~8월(t당 1만7000원)보다 40% 가까이 올랐다. 2015년도분 배출권이 거래되던 지난해 1월(7880원)에 비해서는 3배가량으로 폭등했다.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만7000~1만8000원대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이후 가격이 급등해 올해 1월 2만원을 돌파했다.
깜짝 놀란 정부가 지난 1월24일 올해 배출권 할당량을 종전보다 13%가량 늘렸지만 가격 급등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 7일에는 2015년 배출권 시장 개설 후 최고가인 t당 2만6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시장에선 기업들이 부족한 배출권을 메워야 하는 오는 6월 말까지는 배출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물량 부족 때문이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배출권이 남아야 정상이다. 2015년 기준으로 배출권 감축 규제 대상 기업 524곳이 할당받은 배출권은 총 5억4900만t으로 실제 배출량 5억4300만t보다 600만t 많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발전·에너지, 유화, 시멘트, 비철금속, 디스플레이, 반도체, 통신, 항공 등은 배출권이 부족하지만 정유, 철강, 자동차, 조선, 음식료, 섬유 등은 배출권이 남았다.
문제는 배출권이 남아도는 기업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미래 수요, 추가 가격 상승 가능성 등을 이유로 남는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배출권 할당량을 계속 줄이는 추세”라며 “언제 배출권이 부족해질지 모르기 때문에 남는 배출권을 무작정 내놓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
당장 배출권을 사와야 하는 기업은 배출권 가격 급등으로 울상이다. 배출권 부족분이 그대로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90만7000t가량 많았다.
이에 따라 175억원의 배출권 관련 손실을 입었다. 현대시멘트는 2015년에도 33만t의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했다.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배출권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다.
물량 부족은 더 큰 문제다. 기업들은 “돈도 돈이지만 필요한 만큼 물량을 확보하기 힘든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동양시멘트 등 27개사가 정부에 배출권 제도 개선을 건의한 이유다. 배출권 이월 제한, 정부가 보유한 예비 배출권 1400만t 조기 공급, 배출권 가격 상·하한가 설정 등이 핵심 건의사항이다.
기업들이 남는 배출권을 다음 연도로 이월하는 것을 제한하고 정부가 보유한 배출권을 시장에 푸는 방식으로 물량 부족 문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배출권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형성한 인위적인 시장”이라며 “수급 불균형 발생 등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30년 전망치 대비 37%다.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37%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14년에 1차 배출권 계획(2015~2017년)을 짜면서 기업에 할당한 배출권은 당초 기업이 요구한 것보다 20% 정도 적다”며 “그렇다 보니 기업들이 배출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황정수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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