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과 무역적자 감축 협상"
내주 미국·독일 정상회담서 논의
삼성·LG '불공정무역' 지목에 "환율·원자재 고려한 것"
미국 1월 무역적자 5년내 최대
[ 워싱턴=박수진 / 김현석 기자 ]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6일(현지시간) “LG와 삼성은 ‘무역사기’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총괄한다. 그가 한국 기업의 실명을 들어 불공정 무역행위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공세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나바로 위원장은 이날 미국기업경제협회(NABE) 총회 연설에서 해외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로 미 기업이 보는 피해를 설명하면서 “LG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반(反)덤핑 소송에서 지면 관세 회피를 위해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나바로 위원장(사진)은 “미국 통상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역적자 감축은 미국 안보에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역적자를 줄이는 수단으로 감세, 규제 완화, 에너지정책 개편 등과 함께 교역국들의 환율조작 및 무역사기 근절, 호혜주의에 입각한 공정한 무역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LG와 삼성전자의 ‘국경 뛰어넘기’를 불공정 무역행위 사례로 지목했다. 지난 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월풀의 제소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산 세탁기에 각각 52%와 3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삼성과 LG전자의 설명은 다르다. 무엇보다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을 근거가 없다고 했다. 미국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전부터 세탁기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태국 베트남으로 옮겼고, 이는 환율과 원자재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두 업체는 월풀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월풀 역시 중국산 부품을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드럼 외관 등 주요 5개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 공장에서 조립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지 않았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잘못 매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지를 조정한 것인데 이를 사기라고 하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또 독일과의 양자 무역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에 대한 무역적자는 우리가 다뤄야 할 무역적자 중 가장 어려운 게 될 것”이라며 “다음주에 미국과 독일 간 경제관계를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14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 1월 무역적자가 전달에 비해 9.6% 증가한 485억달러에 달했다고 7일 발표했다. 2012년 1월 502억달러 적자 이후 5년래 최대치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김현석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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