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 인터뷰
트럼프 집권·사드 갈등…한국, 불확실성 증폭
미국, 중국보다 규모 작은 한국에 액션 취할 수도
한국, 금융시장 튼튼히…외환보유액 충분히
수출시장 다변화해 미국·중국 의존도 줄여야
중국의 사드 보복, 국제사회 설득해야
[ 김유미 기자 ] 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과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등으로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불확실한 여건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한국경제TV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서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이 중국보다 멕시코와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작고 미국의 영향력이 큰 국가를 대상으로 ‘액션’을 취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며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가 상당하므로 미국이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라든지, 대미 수출을 줄이라는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오는 9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여는 ‘2017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해 ‘초불확실성의 시대…한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고래 싸움 심해진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의 상황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외교와 무역에서 세계가 갈등으로 갈 것인지, 협력으로 갈 것인지 불투명하다”며 “고래들이 마구 흔들면서 물결이 거세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급물살의 근원 중 하나는 ‘슈퍼파워’인 미국의 변화다. 올초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을 앞세우면서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갈등 또한 깊어졌다. 그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다자 체제에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정부는 중국 일본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몰아가는 파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에 대해 “이런 정책 흐름이 (미국) 기업에는 (한시적으로) 좋을지 몰라도 미국의 전체 경제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 전쟁 벌어지나
그는 “트럼프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경제 조치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 멕시코 한국 등에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대응하면 교역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려하는 것이 미·중 관계다. 그는 “백악관은 중국에 상당히 적대적이지만 중국은 미 국채를 사들이는 주체인데다 북한 문제에서도 미·중 협력은 필요하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예전과 달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요성을 인정한 점을 들며 “안보나 군사적 측면, 금융 면에서 간단한 일이 아니란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한국, 인내심 갖고 지켜봐야”
한국 기업과 정부에는 “장기적으로 보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초기에 펼 수 있지만 스스로 잘못됨을 깨닫고 수정할 것으로 본다”며 초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책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금융시장을 견고하게 만들고 외환보유액을 충분하게 쌓으면서 내부 상황을 잘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로는 트럼프 정부가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일 때까지 좀 더 지켜볼 것과 마지막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여러 국가와 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통상 압력에 대해서도 ‘냉정한 판단’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 상황에서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정교한 논리를 준비한 뒤 국제사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1979년) △국제통화기금 수석자문위원(1997~1999년) △미국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리서치 펠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자문교수위원장 △미국 UC버클리 경제학 교수(1987년~) △저서 : 국제화자본-국제통화체제의 역사 금 족쇄-금 스탠더드와 대공황 자본 흐름과 위기 글로벌 불균형 등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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