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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무(無) 오피스' 도입한 은행연합회, '별다방'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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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전국은행연합회 기자실이 화제입니다. 은행연합회는 올 들어 두 달간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연합회 본점 일부 층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십수년간 큰 공사 없이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일부 층에서 원활한 업무가 이뤄지기 어려울 만큼 공간 비효율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은행연합회 15층에 위치한 기자실도 리모델링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처럼 개별 금융회사가 아닌 각 업권의 이해 관계와 정책적 이슈를 주로 다루는 금융협회들은 모두 기자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나 각종 정책 세미나·간담회가 수시로 이뤄지다 보니 출입 기자들의 보도 편의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겁니다. 인터넷이 가능하고 유선 전화기 등이 구비돼 있는 일종의 독서실 형태의 공간이 기자실의 보편적인 모습입니다.

지난달 말 새로 문을 연 은행연합회 기자실이 화제가 되고 있는 건 통상적이지 않은 공간 활용 때문입니다. 은행연합회는 기존 부스 형태의 테이블이 아닌 오픈형 테이블로 기자실을 꾸몄습니다. 높고 답답한 칸막이 등을 모두 없애 종전의 독서실이 아닌 커피 전문점 분위기가 물씬 풍기도록 설계한 겁니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유선 전화기를 없애는 대신 언제든지 업무 미팅이 가능하도록 공동 회의 공간과 휴게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지정석·전선·칸막이를 없앤 ‘3무(無) 오피스’ 형태를 도입한 겁니다.

은행권에 불고 있는 스마트 근무제 열풍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은행권에서 최초로 스마트 워킹센터 근무, 재택 근무, 자율 출퇴근제로 구성된 스마트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국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으로 빠르게 이같은 유연 근무제와 스마트 워킹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밝고 환한 조명과 효율성 높은 공간 운영이 꼭 스타벅스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번 공간 개편에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 회장은 업권간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높은 칸막이 부스의 기자실은 고리타분하다는 의견을 실무진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을 앞두고 금융권에서도 기존과 다른 창의성과 혁신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더 원활한 소통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의 필요성을 리모델링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일각에서는 하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종합 운동장론’과도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농반진반의 얘기도 나옵니다. 하 회장은 “은행, 보험, 증권이 각각 다른 운동장에서 노는 현재 금융업권의 전업주의는 국내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금융회사가 뭐든 다 함께 할 수 있는 종합 운동장(겸업주의)이 갖춰져야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혜택도 확대된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하 회장이 강조하는 종합 운동장의 핵심이 바로 ‘금융 칸막이’를 없애는 겁니다.

이런 다양한 얘기를 두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최저가 입찰제로 리모델링에 별로 큰 돈을 쓰지도 않았는데 스마트 근무제, 금융회사 겸업주의 이슈 등과 맞물려 흥미로운 화젯거리 되고 있다”며 “은행권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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