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로건'
[ 유재혁 기자 ] “사람을 죽이면 평생 고통 속에 살아. 그것을 벗어날 수는 없어.”
고전 서부영화 ‘셰인’을 병든 초능력자 자비에(패트릭 스튜어트 분)와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프네 킨)가 함께 지켜본다. 극 중 셰인이 마을을 떠나면서 던진 이 대사는 로건(휴 잭맨)의 인생을 대변해준다. 로건은 ‘엑스맨’ 시리즈에 나오는 돌연변이 울버린의 인간 본래 이름이다. 힐링팩터(치유) 능력과 클로(쇠갈퀴)를 무기로 수많은 적을 쓰러뜨렸지만, 늙고 병든 로건에게는 업보로 남아 있다. 서부극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상황처럼 말이다.
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SF액션 ‘로건’(감독 제임스 맨골드)은 울버린으로 불리던 젊은 날에 대한 속죄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로건이 악당들에게 쫓기는 로라를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사르는 이야기다.
주름진 얼굴의 로건은 술에 찌든 채 리무진 운전사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한다. 병든 육신에서는 클로도 잘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는 퇴행성 뇌질환에 걸린 90대 노인 자비에를 봉양하고 있다. 자비에는 한때 인간 심리를 꿰뚫는 초능력으로 ‘프로페서 X’로 불리던 돌연변이들의 리더였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소멸의 시간이 두 사람에게도 닥친 것이다.
병든 로건의 액션은 때때로 안쓰럽게 느껴진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늙은 이스트우드가 말을 타려다 떨어지는 모습처럼. 그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을 먹고 사이보그 용병들과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놀라운 액션은 열한 살짜리 로라의 몫이다. 로라는 용병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폐쇄회로TV(CCTV)로 지켜보면서도 식사를 마칠 정도로 담대하다. 그러나 적들이 공격해오는 순간, 공중제비로 날아올랐다가 예리한 클로로 쓰러뜨린다. 기계체조를 익힌 어린 배우 다프네 킨의 액션 연기가 뛰어나다. 관객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액션을 펼친다. 로라는 할리우드 히어로 사상 가장 어리고 강력한 여성 캐릭터일 것이다.
로라는 클로를 무기로 한다는 점에서 로건의 딸 같은 존재다. 로건이 자기 희생을 통해 그 아이를 구해야 할 명분을 준다. 로건의 가장 큰 위기는 자신을 복제한 울버린에게서 온다. 복제인간 울버린은 로건을 가차 없이 공격한다. 이는 로건의 죄업이 젊은 날 자신의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뛰어난 주제의식을 대담한 액션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2000년 ‘엑스맨’에서 울버린 역으로 스타가 된 뒤 17년간 동명 시리즈 전편에 유일하게 출연한 휴 잭맨은 이 영화로 울버린 역과 작별을 고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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