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계 강화…우려했던 충돌은 없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25일 서울 도심에서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는 각각 올해 최대 규모로 열렸다. 총동원령을 내린 양측은 각각 탄핵 찬반을 주장하며 3·1절 집회에도 총력전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촛불 “올해 처음 100만 모여”
촛불 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 2.25 전국 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본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의 조기퇴진과 특검 기한 연장을 요구했다. 정부종합청사 벽면에 레이저빔을 쏴 ‘황교안 퇴진’ ‘박근혜 구속’ ‘특검 연장’ 등의 문구와 촛불 그림을 띄우기도 했다.
촛불 집회 측은 3·1절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 예고하고 ‘탄핵 인용까지 함께 해달라’고 강조했다. 본집회 무대에 오른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절 다시 한 번 광화문에 모여 1000만 촛불의 힘을 보여주자”며 “100년 전 선조들의 독립항쟁 정신을 이어받아 주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경지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역시 “3·1절에 광화문으로 모이자”며 “더 빨리 봄을 부르자”고 발언했다. 참가자들은 ‘3월1일 촛불 들자’ ‘(탄핵)될 때까지 촛불 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촛불 집회 측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0만명(오후 7시50분 기준)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전국에서 모인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웠다.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오후 8시께 본집회를 마무리한 뒤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SK·롯데·한화 등 대기업 사옥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태극기 “300만 최다 인원”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일대에서 14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대한문 앞 무대에 올라 “이번 집회부터 탄핵 기각 구호를 외치지 않는다”며 “국회의 탄핵소추가 불법이기 때문에 탄핵 심판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고 연설했다.
남대문에서 시청 광장을 잇는 도로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로 가득 찼다. 태극기 집회는 역대 최다 인원인 300만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탄기국 등 탄핵반대 단체들은 이날 6시부터 대한문 앞을 출발해 프라자호텔·한국은행·회현역·서울역·염천교를 거쳐 대한문 앞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3·1절 ‘총력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는 “3·1절 98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의 정신으로 집회를 빛내자”고 연설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인 김평우 변호사도 연단에 올라 “3·1절을 대한민국 ‘제2의 건국기념일’로 세우자”고 말했다.
탄핵 심판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양측 사이에 긴장감은 높아졌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다만 60대 남성이 태극기 집회에서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 4ℓ를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입건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액체의 정확한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212개 중대 1만7000여명을 투입해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도심 집회에 200개 중대가 넘는 경찰이 투입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구은서/성수영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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