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이 상하이 상강에 패하며 ‘죽음의 조’ 생존 경쟁에서 일단 밀려났다.
서울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예선 1차전에서 상하이에 0 대 1로 무릎을 꿇었다.
오스카, 헐크, 엘케손 등 호화 용병진을 앞세운 상하이를 맞아 서울의 열세가 점쳐지던 경기였다. 뚜껑을 열자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 서울은 예상보다 무기력했다.
우려대로 상하이의 공격은 매서웠다. 특히 헐크는 경기 내내 서울 골문을 위협하며 여러 차례 찬스를 만들어냈다..
결국 승부를 결정지은 주인공도 헐크였다. 후반 7분 서울이 드로인 후 빈틈을 보이자 우레이가 공을 순식간에 가로채 문전으로 중앙의 헐크에게 패스했고, 이를 받은 헐크는 패널티라인 앞까지 공을 몰고 들어가 왼발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 유현이 꼼짝도 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슈팅이었다.
서울은 실점 직후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기회를 맞았다. 후반 11분 데얀이 문전에서 허관의 파울에 넘어지며 패널티킥을 얻어냈다. 허관은 이 파울 때문에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상암벌이 환호했다. 하지만 이내 탄식으로 바뀌었다. 패널티킥 상황서 데얀이 왼쪽 포스트를 노리고 찬 공을 골키퍼 양준링이 막아냈다. 들뜨던 경기장 분위기가 급속히 식었다.
이후 서울은 박주영과 마우링요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벌였다. 하지만 미드필드에서 전개되는 패스가 번번이 차단되는 등 실책성 플레이를 남발하며 오히려 10명이 싸운 상하이의 역습에 시달렸다.
후반 44분 상하이가 서울 진영 코너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뒤부턴 ‘침대 축구’가 연출되면서 갈 길 바쁜 서울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후반 추가시간 이뤄진 상하이의 선수교체는 서울의 마지막 희망을 접게 만들었고 그대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서울은 이날 패배로 남은 조별예선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서울이 속한 F조는 이번 대회 ‘죽음의 조’로 통한다. 상하이부터 우라와 레드, 웨스턴 시드니까지 강호들이 버티고 있다. 서울이 조별예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ACL 홈 경기 연승 숫자도 ‘4’에서 끊겼다. 서울은 2015년 5월 20일 감바 오사카에 1 대 3으로 패한 이후 이날 경기 전까지 안방에서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중국 클럽팀에게 홈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2009년 ACL 개편 이후 5번째 홈 경기 패배다(20승 9무).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