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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들이 검·경 전관을 앞다퉈 모셔가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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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검찰과 경찰 등 소위 권력기관 출신 전관(前官) 영입에 한창이라고 한다(한경 2월21일자 A3면).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올해는 정치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의 바탕 위에 대선주자들의 재벌개혁 선명성 경쟁, 상법 개정 등 국회의 경제민주화 광풍에다 특검팀의 전방위 대기업 수사도 겹쳐 비상이다. 정기주총을 앞둔 상장사들은 고위급 전관을 사외이사 감사뿐 아니라 사내이사로도 영입한다. 그중에는 전직 법무장관, 대검 차장, 고검장이나 전직 국세청 조사국장, 지방국세청장, 경찰서장 등을 망라한다. 특검팀과 연고가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도 있다.

물론 기업이 ‘힘 센’ 기관 출신을 선호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개중에는 사법당국 출신이 기업의 내부감찰, 기술유출 방지, IT보안 등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동네북 신세가 돼버린 요즘 기업들이 전관을 모시려는 이유는 다르다. 정치·사회적 외풍을 조금이나마 모면해 보자는 의도다. 하다못해 권력기관들의 동향 정보라도 미리 얻어보려는 것이다.

국가권력의 힘이 그만큼 거대해졌다. 권력은 총수를 구속하고, 징벌적 배상을 명하고, 사업을 중단시키고, 합병 등 사업조정을 막을 수도 있다. 현직들이 기업을 세게 때릴수록 전관 수요는 더욱 확대된다. 그렇기에 법원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 등 권력기관의 전관일수록 인기가 높다. 심지어 그룹을 호위하려면 부장판·검사 이상 전관을 몇 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항간에는 기업이 죄를 범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다. 이는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걸면 걸리고, 정치권력은 법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건다. 권력과 기업의 관계가 지배와 종속, 갑을의 관계로 왜곡돼 있는 한 전관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할 자유’조차 잃은 한국 기업들의 유일한 자구책이다. 조선시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강고한 신분질서는 21세기에도 재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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