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합병 마무리 '시너지'…윤대표, 삼성 전장사업 강화
음향기술 TV·스마트폰 등 접목
'시스템의 삼성' 흔들림 없다
동남아 포럼 열고 경영현안 챙겨…갤S8 3월 공개·미국 공장도 검토
[ 김현석 / 노경목 기자 ]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와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이 삼성전자 인수가 확정된 미국 전장(電裝)업체 하만의 이사를 맡아 경영에 참여한다. 삼성전자 전장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부재 사태에도 전문경영인 위주로 하만 인수, 갤럭시S8 출시, 미국 가전공장 설립 등 경영 현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윤부근 손영권, 하만 경영 참여하기로
19일 삼성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 17일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시 본사에서 특별주주총회를 열어 삼성전자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보통주 6988만3605주 중 70.8%인 4946만322주의 주주가 투표에 참가해 이 중 4692만1832주(94.9%)가 찬성했다. 반대는 210만7178주(4.3%), 기권은 43만1312주(0.9%)에 그쳤다. 앞서 일부 주주가 ‘인수가가 낮다’며 집단소송을 낸 데다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우려가 제기됐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통과됐다. 50%+1주 이상의 찬성표를 받은 삼성전자는 태그얼롱 조항(동반매수권)을 활용해 이번 인수합병(M&A)에 반대하는 주주의 지분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하만 지분 100%를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에 인수하게 된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한국 등 각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 기존 주식의 뉴욕증시 상장 폐지 등을 거쳐 올 3분기 합병 절차를 끝내고 하만을 독립 자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 경영진과 시스템을 유지하되 윤 대표와 손 사장을 이사회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미국에 거주 중인 손 사장이 이사회 의장, 윤 대표가 이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양사 간 협업과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윤 대표는 전장사업팀이 속한 CE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2015년 말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삼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5세대(5G) 통신기술 등을 하만의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커넥티드카 솔루션 등과 결합해 매출 확대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전장 외에도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하만의 음향기술을 삼성전자 TV나 스마트폰에 접목해 한 단계 개선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만 M&A 실무를 맡은 손 사장은 작년 11월 “삼성은 디스플레이 부문이 강한데, 훌륭한 오디오를 더하면 훨씬 좋은 제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업 흔들림 없이 간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한 건의 보도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오너인 이 부회장의 특검 소환과 구속으로 위축된 탓이다.
하지만 19일에는 5G 무선통신 구현에 핵심 역할을 할 밀리미터파 칩(RFIC)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칩은 28㎓ 대역을 지원하고, 업계 최소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 또 16~18일 싱가포르에서 ‘삼성 동남아 포럼’을 열어 주요 거래처와 미디어 관계자 650여명 앞에서 QLED TV 등 프리미엄 신제품을 소개했다. 오너 리더십 부재로 어렵지만 경영은 차질 없이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해 새로운 태블릿PC 갤럭시탭S3를 선보인다. 이어 3월29일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에 갤럭시S8을 공개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촉발된 미국 내 가전공장 건립 건도 검토 중이다.
이 부회장 구속에도 삼성전자의 일상적 경영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 등 중장기 성장 동력을 찾는 일에선 공백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각 사업부문을 맡아 책임지는 구조여서 업무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이 부회장이 주도해 온 대규모 M&A나 투자 결정, 신사업 발굴 등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노경목 기자 realis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