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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정부는 대화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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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규제 심한 한국에서 공무원 만나면 불법인가
특검에 기업인들 '울화통'



[ 노경목 기자 ] “앞으로 공무원은 만나지 말고 정부와 무슨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신호 아닌가요?”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삼성그룹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보면서 이처럼 소회를 밝혔다. 기업 활동 규제가 심한 한국에서 기업은 어떤 식으로든 정부와 여러 사안에 대해 협의할 수밖에 없는데 특검은 이 같은 협의 과정 전체를 특혜를 받기 위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에 도마에 오른 삼성을 필두로 기업들과 정부의 관계가 지금보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검이 매각 규모를 줄여 특혜를 받았다는 삼성 계열사들의 삼성물산 매각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은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끝난 직후 ‘합병이 신규 순환출자를 강화시키는 사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합병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10개에서 7개로 줄어 문제가 없다는 대형로펌 두 곳의 법률 해석을 받은 직후였다. 하지만 공정위는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처리를 요구했고 삼성은 이에 따랐다.

삼성 관계자는 “당시 소송까지 가더라도 공정위에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지만 순환출자 해소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정부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그 협의 과정 자체를 특혜로 삼은 만큼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소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마찬가지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는 미국 나스닥이 주가수익비율(PER) 대비 20~30배로 10~20배 정도인 한국 증시보다 높다. 똑같이 기업을 상장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나스닥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국거래소 등의 설득에 의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특검에서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 이익을 안겨주고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성장성 높은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오랜 과제도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명분으로 전락했다. 삼성 내부에선 “이러려고 한국에 상장했나”는 말이 나온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물론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 활성화와 고용 증가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 최순실 사태로 각종 현안이 ‘촛불 민심’에 좌우되는 지금이라지만 정부 부처와 기업 간 최소한의 접촉까지 불법으로 몰아선 곤란하다.

노경목 산업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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