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1차 영장이 기각된 지 26일 만이다. 특검은 당초 430억원대 뇌물공여, 횡령, 국회 청문회 위증에다 국외재산 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 2개 혐의를 추가했다. 재산 도피는 독일 비덱스포츠에 외환거래 신고 없이 78억원을 송금했다는 것이고, 은닉은 수십억원짜리 말을 사준 것이라고 한다. 이에 삼성 측은 1차 영장 때와 달라진 게 없고 송금건은 실제 컨설팅계약에 의한 것이며, 말도 삼성 소유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늘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가 주목된다.
법원이 첫 영장을 기각한 것은 특검이 제시한 증거로는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청구된 영장도 새로운 사실관계를 밝힌 게 아니라 기존 행위에 혐의를 추가한 데 가깝다. 무리한 영장이고 정상적이면 구속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그럼에도 제1당 대표는 “또 기각되면 최고 재벌을 법이 감싸주는 것”이라며 법원을 압박한다. 일각에선 영장전담 판사의 신상을 털고 있다는 판이다. 인민독재적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온다.
새삼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특검이 일깨워준다. 검찰조차 피해자로 적시한 기업을 먼지가 날 때까지 털고 있다. 그런 억지 수사가 만들어내는 범죄 언어들에 발목이 잡혀 세계 최대 제조회사인 삼성전자는 사업계획 수립, 정례인사 등 정상적인 경영이 사실상 전면중단 상태다. 그 CEO가 또다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해외 경쟁기업들은 웃으며 지켜볼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무엇을 위한 영장이고, 구속하지 않으면 어디 도망이라도 간다는 것인가.
설상가상으로 여야 4당이 곧 통과시키겠다는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의 손발을 묶어 헤지펀드의 먹잇감으로 던져줄 판이고, 특검법 개정안은 혁명의 법정을 연상시킨다. 국부를 살찌우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신용도는 국가 신용등급보다도 높다. 어설픈 정의감에 사로잡혀 기업활동을 범죄화하는 게 한국 정치라는 괴물이다. 사농공상의 신분질서는 이렇게 굳건하다. 기어이 대표 한국 기업을 구속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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