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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주식이다] '불공정 온상'된 공매도…개미 진입 문턱 낮춰야 '순기능'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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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시장 불신부터 걷어내자 (3) 공매도의 오해와 진실

주가하락 '주범' 근거 약해
작년 공매도 상위 10종목 중 에쓰오일 등 2개는 되레 올라
한국 공매도 거래 비중 4%…미국 50%에 비해 현저히 낮아

공매도 시장 안착의 조건
무작정 없애는 건 '교각살우'
기관 규제만으론 활성화 한계
개인 투자자에 문호 넓혀야



[ 윤정현/이유정 기자 ]
“개미들을 죽이는 악의 축이다.” “무조건 폐지가 정답이다.” “공매도가 사라져야 주가가 오른다.”

공매도에 대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개미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잦은 공매도 때문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사전 정보 유출 의혹에 이어 한화투자증권, 현대상선 등이 유상증자 전후 공매도로 몸살을 앓은 탓이 컸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매도는 강력 제재해야 하지만 공매도 자체를 비난이나 철폐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유동성을 늘리고 주가 ‘거품’을 제거하는 공매도의 순기능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공매도에 대한 개미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것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 한국은 공매도 천국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70조92억원)과 코스닥시장(14조653억원)의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84조745억원이었다. 2012년 39조1909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공매도 거래량도 지난해 33억2867만주로 4년 전(11억2257만주)에 비해 세 배로 불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4.33%였다.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의 공매도 비중은 각각 50%, 30%에 이른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매도는 부정적인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중요한 경로로 작용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가격 효율성을 유지시키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 공매도가 주가 하락 주범이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주식투자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개인이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수익률이 좋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허용)에 응답자의 37.3%가 ‘공매도’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부 정보 유출이나 허위 사실 유포 같은 불공정 거래를 제외하면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연결고리는 명확하지 않다. 2012년 이후 공매도 거래대금이 급증했지만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상위 10개 종목 중 에쓰오일(2016년 주가 상승률 6.68%)과 금호석유(57.39%)는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안일찬 한국거래소 주식매매제도팀장은 “공매도는 직전 호가 이상으로만 주문을 낼 수 있어 이론적으로 직접 주가를 하락시키지는 않는다”며 “다만 공매도 비중이 늘어나면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주가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3) 공매도는 불공정한 투자수단?

공매도 거래 주체는 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공매도 거래 비중은 외국인이 70~80%, 기관이 20~30%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1% 미만으로 미미하다.

그렇다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가 전면 차단된 것은 아니다. 예탁결제원을 통한 중계시장에서 대량으로 서로 주식을 빌리고 빌려주는 기관과 달리, 개인은 증권사를 통해 대주거래를 해야 한다. 증권사별로 빌려줄 수 있는 종목과 물량에 한계가 있다 보니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매도 기간이 60일로 제한돼 빌린 주식은 60일 안에 현금이나 주식으로 갚아야 한다. 또 3억원 이하만 빌릴 수 있어 규모가 작고 100%의 현금을 담보를 잡혀야 해 비용 부담도 크다. 100만원어치 주식을 빌려서 팔려면 100만원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 기관 역시 105%의 담보가 필요하지만 운용하는 자본 규모가 커서 개인에 비해 공매도 투자가 수월하다.

이런 규제가 개인투자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아니라 ‘보호장치’라는 시각도 있다. 이종우 IB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매도는 매수와 달리 손해액이 정해지지 않아 더 큰 위험 부담을 안고 투자해야 한다”며 “개인투자자가 뛰어들기 어려울 정도로 공매도 규정을 엄격하게 한 이유”라고 말했다.

(4) 당국, 기관만 규제하면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30일 ‘특정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잔액 비율이 0.5% 이상이면 잔액과 수량을 공시’하도록 하는 공매도 공시제를 도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엔 공매도 관련 추가 규제를 줄줄이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말부터 공매도가 지나치게 많은 종목을 지정해 1거래일 동안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가 시행된다. 상반기 안에는 유상증자 기간 중 공매도한 투자자의 유상증자 참여를 제한하는 법 개정도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 개선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비켜 간 보여주기식 처방’이라고 지적한다. 개인도 공매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추지 않는 한 공매도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대주기간 제한(최대 60일), 증권사별 종목 제한, 담보 제공 의무, 보증금 예치 의무 등 때문에 사실상 개인의 공매도 거래는 어렵다”며 “낮은 신용에 따른 합리적인 수수료만 내면 개인도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공매도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이 크지만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손실을 본다.

윤정현/이유정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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