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감세" 발언 후 뉴욕증시 시총 2250억달러↑
기업 실적도 호조세 지속
일각에선 '거품' 경계도
"국경세 심각한 부작용…감세효과 날려 버릴 것"
[ 뉴욕=이심기 기자 ]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197포인트(9%) 급등했다. 불과 3개월 만에 1조440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불어났다. 지난 1년 동안 S&P500지수는 23%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3조6000억달러가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늘어난 시가총액의 40%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확산되는 펀더멘털 낙관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S&P500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시가총액이 20조달러를 넘어선 배경으로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규제완화, 정부지출 확대 등 ‘3종 세트’를 꼽았다.
미국 경제의 빠른 성장이 기업 이익을 늘리고, 이는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펀더멘털 낙관론’이 뉴욕증시를 새로운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가의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획기적인 감세정책을 내놓겠다”고 발언한 이후 단 이틀간 뉴욕증시의 시가총액은 2250억달러 증가했다.
투자분석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CNBC는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한 투자분석가의 말을 전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포트폴리오매니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면담이 계속되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경기부양책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0.89% 상승한 133.29달러로 마감했다. 2015년 2월23일 작성한 최고가(133달러)를 약 2년 만에 넘어섰다. 시가총액도 7000억달러에 근접했다. 애플 외에도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 아마존 등 전체 증시의 10%를 차지하는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의 주가도 최근 1년간 15% 이상 뛰었다.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의 분석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5%로 전분기 3.1%를 크게 웃돌았다. 웰스파고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수석투자전략가는 FT에서 “시장에서 ‘야성적 충동’을 되살리는 여러 요소가 처음으로 결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고개 드는 거품론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2.03% 오른 11.07을 기록했다.
아직 절대 수치는 낮지만 증시 과열에 따른 투자자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에도 변동성 지수는 최저치였다”며 “투자자들의 과도한 자기만족은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도 마켓워치에서 “연이은 랠리는 펀더멘털을 반영한 게 아니라 거품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사흘 연속 상승하며 100.79를 기록했다. 최근 3주 만의 최고치다. 달러화 강세는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의 매출 감소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현재 35%인 법인세율이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15%나 공화당이 주장하는 20%로 낮춰지더라도 기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미치는 국경조정세가 감세 효과를 날려버릴 것이라는 걱정도 계속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내놓은 투자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무역 및 이민제한 정책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14~15일 예정된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의회 증언도 증시 흐름을 바꿀 변수로 지목된다. 월가 투자은행(IB)들은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지만 옐런 의장 측근인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월가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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