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 금융부 기자) “미국의 지폐가 몇 종류인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금융위원회의 김학수 신임 금융서비스국장이 14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및 경영인 조찬회에서 던진 질문입니다. 김 국장으로선 보험업계 CEO들 앞에 공식 데뷔하는 자리였습니다. 김 국장이 맡고 있는 금융서비스국에는 은행과, 보험과, 전자금융과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보험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의 신임 국장이 등장(?)하는 날이다 보니, 이날 조찬회에 참석한 보험사 CEO와 기관장만 해도 26명에 달했습니다. 보통 참석자가 10명 안팎에 그쳤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지요.
행사장의 분위기는 다소 딱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국장도 이같은 분위기를 예상했는지 정부의 보험정책을 소개하는 데 앞서 분위기를 풀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해온 듯 했습니다.
그는 곧이어 미국의 지폐는 총 12종류라고 소개했습니다. 보통은 1달러, 2달러, 5달러, 10달러, 20달러, 50달러, 100달러까지만 알고 있지만 500달러, 1000달러, 5000달러, 1만 달러, 10만 달러 등의 지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국장은 이중 100달러 짜리 지폐를 발표를 위해 만든 프리젠테이션 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그는 100달러 지폐에 그려진 벤자민 프랭클린을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소개했습니다. 곧이어 “벤자민 프랭클린이 정치인이자 발명가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미국 최초의 화재보험회사 CEO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는 얘기를 꺼내더군요. 이 대목에서 몇몇 보험사 CEO가 자세를 고쳐앉고 김 국장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김 국장에 따르면 실제 벤자민 프랭클린은 1752년 미국 최초의 보험회사인 ‘필라델피아 화재보험(Philadelphia Contributionship for Insurance)’을 설립했습니다. 목조 건물이 대부분이던 당시 빈번하게 일어난 대형 화재에 대한 대책 마련 차원에서였지요. 화재 예방을 위해 직접 굴뚝 청소에 나서기도 했답니다.
결국 김 국장이 하고 싶은 말은 지폐 종류에 대한 설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보험회사 CEO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이 100달러 화폐의 주인이 됐듯 국내 보험사 CEO들의 100년 후가 기대된다”며 “최근 보험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보험산업의 토대인 신뢰를 잘 구축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보험은 소비자들에겐 생활밀접형 업종이지만 은행에 비해 금융정책 등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습니다. ‘제 2금융’으로 불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아마 김 국장은 보험사 CEO들의 자부심을 좀 더 고취시켜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보험산업의 경영환경이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정문국 ING생명 사장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산업은 어려워도 승자와 패자는 있기 마련”이지요. 100년 후 한국의 보험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 지 궁금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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