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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Biz] 이철 법무법인 동인 대표 "세전 매출의 65% 배당…동인에 둥지 틀면 안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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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창업자에게 듣는다

투명한 회계기반 로펌 운영…변호사 137명 10대 로펌으로
검찰 간부출신 30명 이상, 법원 고위직 20명 이상 포진

변호사 매출금액 적립…'기여 마일리지제' 운영
기여도 많은 고참들 정년 걱정없이 다녀



[ 김병일 기자 ] ‘수학과 법학의 만남.’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1973년 사법시험(사법연수원 5기)에 합격한 법무법인 동인의 창업자 이철 대표변호사(사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로 창업 13주년인 동인이 변호사 137명의 10대 대형로펌으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이 대표의 치밀한 수학적 계산과 투명한 회계에 기반한 로펌 운영 수완이 깔려 있었다. 이 대표는 “로펌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면서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월급을 못 주는 바람에 변호사 수십 명이 이탈하는 로펌도 있는데 우리는 내부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궁리하고 또 궁리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동인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동인의 탄생 과정과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검찰 출신 선배와 창업

검찰에 있을 때도 이 대표에게는 이공계 쪽 일이 몰렸다. 대검찰청 전산관리담당관으로 있으면서 검찰전산화 작업을 했고,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수사에서는 공학적 지식을 활용해 사건 원인을 캤다. 법무부에서는 법무과장과 국제법무심의관을 지내면서 변호사협회 관련 업무와 법률시장개방 문제를 다뤘다. 이 대표는 “단독으로 개업해서는 내가 경험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그의 창업 파트너는 검찰 2년 선배인 정충수 변호사(3기)다. 1999년 7월 수원지검 차장검사를 끝으로 퇴직해 수원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던 이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는 대검 강력부장 출신인 정 변호사와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두 사람은 법조비리 사건을 맡아 변호사와 사무장을 대거 구속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법조 비리 없는 검찰 중심의 로펌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들과 함께 일하던 홍성만·이길수·서기원 변호사가 창립멤버다. 2004년 2월의 일이다. 그로부터 13년. 동인은 정진호 법무차관, 신상규 고검장 등 10명의 검사장을 비롯한 30명 이상의 검찰간부와 오세빈·김진권 전 서울고법원장을 비롯한 20명 이상의 법원 고위직이 다수 포진한 ‘전관중심 로펌’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투명·과학적 운영이 성장동력

여기까지는 전관 위주의 여타 로펌과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다. 동인의 차별화 포인트는 이익배분과 비용계산에 특화된 계산식이다. 바로 ‘기여마일리지’라는 제도다. 기여마일리지는 변호사가 배당을 제외하고 법인에 벌어다준 금액을 마일리지처럼 쌓아 놓은 것이다. 연말에 상여금을 배당할 때도 기여마일리지가 기준이다. 비용도 개인별로 꼼꼼히 계산해 무임승차로 다른 구성원의 불만을 사는 일이 없도록 했다.

기여마일리지가 지출 비용보다 많은 변호사는 로펌에서 나갈 일은 없다. 정년도 따로 없다. 이 대표는 “로펌 기여도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선임 변호사들이 그동안의 기여도와 무관하게 일정 나이가 되면 강제로 퇴출당하는 사례를 다른 로펌에서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로펌 전체 수입과 지출도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배당비율이 50%에 못 미치는 다른 로펌과 달리 동인은 세전 매출의 65%를 변호사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입·지출 산정방식 덕분이다. 이 대표는 “동인에서 예측하지 않은 적자가 나는 일은 없다”고 자신했다. 동인은 또 ‘인화’를 로펌 운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동인에 둥지를 틀었다가 떠나는 변호사가 거의 없는 이유다.

◆중국 로펌과 합병으로 국제화 추진

동인은 몇 년 전부터 중국 로펌과의 합병을 추진해왔다. 상대는 세계 최대 로펌인 ‘다청·덴튼스’다. 지난해 말에는 이 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해 샤오진첸 다청 대표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각 로펌이 독자적인 회계와 조직을 갖고 운영하면서 고객과 시장을 상호 공유하는 이른바 ‘베레인방식’의 합병이다. 국내 회계법인이 세계적 회계법인인 KPMG나 딜로이트와 합병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해외에 직접 진출해 사무소를 두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이 대표다운 국제화 전략이다. 이 대표는 “부동산, 건설, M&A, 기업법무, 조세, 공정거래 등의 매출이 송무(소송)분야 매출의 약 30%로 늘어났다”면서 “자문분야의 지속적 확충이 향후 목표”라고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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