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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이사제, 13개 산하기관에 도입하겠다"는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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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꺼낸 '경제민주화' 카드
직원 100명 이상 기관 근로자 이사 임명 강행

정부 반대…위법 논란도
이기권 "노사협의회로 충분"…"조례만으로 시행 문제 소지"



[ 마지혜 기자 ] 서울시가 올해 시 산하기관 13곳에 ‘근로자 이사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근로자 이사제란 근로자 대표를 이사로 선임해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경영의 투명성과 공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정책 취지지만 상위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 데다 기업 경영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근로자 이사제 도입 등 23개 과제를 담은 ‘2017년 경제민주화 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13일 발표했다. 지난해 2월 ‘경제민주화 도시’를 처음 선언한 이후 꼭 1년 만이다. 지난달 26일 대권 도전 의사를 접은 박원순 시장(사진)이 시정 전념을 선언한 후 첫 번째 꺼내든 카드인 셈이다.

◆“조례로 충분” vs “법 개정 사안”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연구원에 첫 근로자 이사를 임명했다. 지난해 9월 제정한 ‘서울특별시 근로자 이사제 운용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이 조례는 서울시가 투자 또는 출연한 공사·공단 가운데 근로자 정원이 100명 이상인 기관은 근로자 이사를 포함해 이사회를 꾸리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연구원에 이어 올해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SH공사 등 정원 100명 이상인 13개 기관 전체에 이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학계와 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영 관련 업무 노하우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근로자 이사는 회사의 미래 전략을 위한 투자보다는 근로자 권익 쪽에 초점을 맞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공기관 생산성이나 효율성,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도 근로자 이사제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서울시의 근로자 이사제 추진과 관련해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운용하는 노사협의회 제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노사 간 협의를 이룰 수 있다”며 “근로자 이사제는 국내 상황에 맞지 않고 노사관계의 근간까지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법성 논란도 있다.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낸 보고서에서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형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일률적이고 강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조례 제정만으로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원·하청 성과공유제도

서울시의 이번 계획에는 공공기관 원·하청의 성과공유제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서울메트로와 SH공사 등에 확대 도입하는 것이다.

공공기관과 위탁기업이 신기술 개발, 원가 절감 등 공동 목표를 추진한 뒤 그 성과를 사전에 협약한 대로 공유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이라 민간과 달리 돈을 나누지는 않는다. 도시철도공사가 전동차 부품 국산화·표준화 목표를 달성한 협력기업에 수의계약과 구매물량 보장 등의 혜택을 주는 식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에 따라 도입된 이 제도는 현재 220개 민간기업과 53개 공공기관이 도입했다. 협력사와 함께 생산성과 이익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정부 사업에서 가점을 받는 등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서다.

■ 근로자 이사제

근로자를 이사로 선임해 기업(기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사업계획, 예산편성,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18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서울특별시 근로자 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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