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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기업가 열정 되살려 일자리 기적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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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쪼그라뜨리니 청년실업 증가하는건 당연
중소기업은 경쟁력 저하로 외국인 노동자만 몰려

벤처금융 규제 혁파해 창업활성화 유도하고

성공기업 경영권 보장해 '필립스'처럼 존경받는 2세 기업인 나오게 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벤허는 인생 험로에서 모진 고난이 축복으로 승화된 기적의 스토리다. 비전문가의 소설을 1959년에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스크린에 옮겼다. 낡은 기왓장이 떨어지면서 로마 유대총독이 다쳤고 그 책임으로 벤허는 갈리선에 끌려가 노 젓는 노예가 된다. 자신의 발목 쇠사슬을 일부러 풀어준 로마 해군총독의 목숨을 구한다. 총독의 양자 신분으로 귀환한 벤허는 원수가 된 친구 메살라와 마차경주를 벌인다. 메살라는 부상으로 죽고 벤허는 승리했으나 로마에 대한 복수심을 떨치지 못한다.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목격하면서 용서와 평화를 얻었고 모친과 누이의 한센병도 치유되는 기적을 체험한다.

2016년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기적이 현실에 가깝게 각색됐다. 불행의 단초가 된 기왓장 사건도 바뀐다. 부상당한 유대인 열심당원을 숨겨 줬는데 그가 지붕 위에서 총독을 향해 활을 쏘는 설정이다. 발목 쇠사슬에 묶인 채 침몰하는 갈리선에서 모든 사람이 물 위를 향하지만 벤허는 홀로 물밑으로 내려가 무거운 쇠사슬을 아래로 당겨 풀어냄으로써 탈출에 성공한다. ‘총독 양아들’ 설정도 바뀌어 마차경주에서 불리한 베팅조건과 사면을 맞교환해 승리함으로써 신분을 회복한다. 중상을 입은 메살라에게 치료를 설득해 장애를 입었지만 우정을 회복하고 함께 새 삶을 연다. 유대 왕족인 헐(Hur)의 후세로서 자부심으로 인내와 인간애를 다지는 노력이 강하게 비친다.

청년실업이 심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일자리 기적’을 향한 노림수를 쏟아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일본 독일 한국 등 수출 강국이 미국 일자리를 강탈한다고 몰아붙인다. 멕시코가 불법이민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미국 일자리를 축낸다며 국경철책과 협정폐기를 공언한다. 미국 북동부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인 러스트벨트(rust belt)는 노동자 중심의 민주당 지지성향이었으나 이번에는 트럼프를 밀었다. 일자리를 내세워 기적에 가까운 이변을 일으킨 트럼프는 기업가 중심으로 경제팀을 꾸렸다. 획기적인 규제철폐를 내세우며 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유턴을 압박한다. 법인세율 인하 방침을 밝히자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돈 많은 기업가 출신을 중용함으로써 기업 의욕을 부추길 속셈도 드러냈다.

유일호 부총리가 국회에서 솔직히 시인할 만큼 청년실업은 최악이다. 대기업을 들볶고 쪼그라뜨리니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보호 대상으로 각인된 중소기업은 경쟁력 저하로 우리 청년은 더욱 외면하고 외국인 근로자만 몰린다. 정치권의 해법은 공공부문 채용 확대다. 세금을 올려 월급을 줘야 하는데 가용자금이 줄어들면 어떻게 일자리를 보존할까. 대기업을 들볶을수록 고용사정은 악화된다.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선임에 대주주 지분을 3%로 제한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분이 많을수록 피해가 커진다. 고도의 보안을 요하는 경영현안과 조금만 먼저 알아도 주식시장을 흔들 수 있는 내부정보가 줄줄이 새어 나갈 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틈새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창업이 절실하다. 벤처금융에 대한 규제를 혁파하고 성공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 2세 기업인이 부모의 재력을 미리 활용할 수 있도록 자금회수 시점까지 투자원금에 대한 증여세를 유예해야 한다. 2세 및 후세 기업인은 창업주의 기반을 물려받는 부러움의 대상이기 때문에 따뜻한 인간미를 곁들여야 성공이 더욱 빛난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이 본거지인 필립스가 국제적 초우량 기업으로 격상된 것은 2세 기업인 프리츠 필립스의 공로다. 모든 종업원을 직위를 가리지 않고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했던 그를 에인트호번 주민들은 ‘미스터 프리츠’라고 부르며 좋아했다. 2005년 100세 생일을 맞았을 때 모든 시민이 함께 즐거워했는데 그해 12월에 별세했다. 에인트호번 중앙역과 중심상가 광장에는 창업주보다 존경받는 2세 기업인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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