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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EU 균열의 뿌리는 서로 다른 문화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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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DNA

거넥 베인스 지음 / 이미소 옮김 / 시그마북스 / 444쪽 / 1만8000원



[ 최종석 기자 ] 유럽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으려는 움직임은 참여 국가 간에 유사성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출발했다. 그러나 그리스 이탈리아 같은 남유럽 국가들은 재정과 금융 규제를 해석하는 방식이 중·북부 유럽 국가에 비해 유연했다. 정부는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복지 혜택을 늘리는 데 비교적 자유로웠고, 개인들은 부동산 투자에 겁 없이 뛰어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연합은 국가 간의 경제적·문화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경제 행동의 차이는 근본적인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했다. 남유럽 국가의 국민은 종교적이고 관계지향적이며 단기적인 현실에 중점을 두는 성향을 가졌다. 중·북부 유럽 국가의 국민에게선 세속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장기적 계획에 중점을 두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비즈니스 심리 컨설팅회사 YSC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거넥 베인스는 《컬처 DNA》에서 이들의 차이는 문화적 유전자의 차이로 볼 때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생 인류가 약 4만5000년 전 처음 유럽 대륙에 정착한 과정을 보면 이들은 확연히 다른 두 경로를 통해 유럽에 도착했다. 하나는 중동을 통해 발칸, 남부 유럽으로 들어온 인류였다. 또 하나는 코카서스와 러시아를 거쳐 폴란드, 독일로 이어진 길이었다. 서로 다른 후손들이 중·북부와 남부 유럽이란 다른 생태적 환경에서 수만 년간 살아와 심리적·문화적 DNA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를 미국 유럽 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남아메리카 호주 등 8개 문화권으로 나눠 각각의 역사, 환경, 유전자, 심리 등을 분석한다. 지역별 문화 차이가 생긴 근본 원인을 찾으려면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현생 인류의 첫 정착민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보금자리를 꾸몄던 인류 역사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7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의 첫 번째 기착지는 인도였다. 인도는 유전적 다양성이 세계에서 아프리카 다음으로 높다. 아프리카는 엄청난 유전적 다양성이 공동체의 분화로 이어져 수많은 부족이 생겨났다. 아프리카와 달리 인도의 다양성은 카스트 제도라는 계급 분리로 나타났다. 정착 농업을 일찍 시작해 지리적 분리라는 장벽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두 번째 정착지였던 중동에선 그들의 선조와 달리 혹독한 사막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거친 환경 속에서 강한 결속력을 가진 공동체가 형성됐다. 모든 구성원은 정해진 규칙과 강한 리더에 복종해야 했고 자유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막 가부장제라는 문화적 특징은 이슬람교에 그대로 투영됐다.

중국의 문화적 DNA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자신들의 정착사회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유목민족의 공격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에서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장기간에 걸쳐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통일국가가 생겨났다. ‘우리를 침략자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주면 집단주의적 권위를 받아들이겠다’는 일종의 암묵적 계약이 국민과 국가 사이에 생겼다. 복종과 순응이라는 개념을 빼고 중국 사회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서로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된다”며 “문화 차이를 인정하면 현명하게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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