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차저부품 강자' 캐스텍코리아 윤상원 대표
터빈·센터하우징 생산…1000분의 1㎜ 오차 극복
하니웰이 '최대 고객사'
배기가스 규제로 고성장…지난해 매출 2200억원
'은탑산업훈장' 수상도
[ 이우상 기자 ]
외환위기 여진이 이어지던 1999년, LG전자에서 갓 분사한 캐스텍코리아의 윤상원 대표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시 캐스텍코리아는 LG전자에 냉장고·에어컨용 압축기를 납품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미래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친정’에 부품을 공급하는 안정적이지만 ‘작은 회사’로 머물지, 위험하지만 외풍에 견딜 기업으로 나아갈지 선택해야 했다.
◆시행착오 극복하고 부품 개발
그때 다국적기업 하니웰에서 제안이 왔다. 자동차 엔진의 터보차저(Turbocharger) 부품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터보차저는 내연기관 출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윤 대표는 터보차저에 들어가는 수랭식 센터하우징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세계에서 세 곳뿐이어서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윤 대표는 회사의 장기인 주물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던 중이었다. 거대한 ‘쇳덩어리’인 자동차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경량화 추세에 따라 자동차 섀시와 내외장재는 주물 기술을 써먹을 수 없는 알루미늄과 탄소섬유·플라스틱 등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남은 곳은 엔진이었다. 엔진은 고온·고압에 견뎌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금속으로 제작해야 했다. 그러던 차에 하니웰이 터보엔진에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한 것이다.
2002년, 터보차저 부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터보차저에 들어가는 터빈하우징은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열을 견뎌야 했다. 회전축을 받치는 센터하우징은 회전축이 분당 24만 번 회전하는 동안에도 마모를 일으키면 안 된다. 1000분의 1㎜의 오차로 합격과 불량품이 갈렸다. 생산한 부품 전량이 불량품 판정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직원들도 “이러다가 회사 거덜 난다”며 동요했지만 윤 대표는 밀어붙였다.
불량률을 줄이고 조금씩 품질을 향상해나갔다. 2005년이 돼서야 하니웰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하니웰은 캐스텍코리아의 가장 큰 고객이 됐다. 지난해 캐스텍코리아는 하니웰에 950억원 규모의 부품을 공급했다.
◆환경규제 타고 성장 ‘쑥쑥’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따라 캐스텍코리아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터보차저를 이용하면 차량 연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오염물질 배출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캐스텍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국내에선 독보적인 1위, 세계 시장에서는 4위다. 2010년 이후 터보차저를 사용하는 휘발유 차량이 늘어나면서 수요는 더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200억원 매출을 기록해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윤 대표는 “우리가 만든 부품이 포르쉐 파나메라·카이엔의 디젤 모델, ‘강남 소나타’로 불리는 BMW 520d 등에도 들어간다”며 “신뢰성을 인정받아 고급차 브랜드에 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중국 공장 2곳과 한국 공장 3곳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윤 대표는 여전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맹렬하게 추격전을 벌이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베트남 공장을 준공한 것도 중국 업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윤 대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 승부수’를 뒀다”며 “시장 점유율을 늘려 ‘세계 빅3’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