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끓는 육아카페
독일 압타밀·스위스 홀레 등 일본 시민단체 분석결과 확산
식약처까지 문의 쇄도
수입 분유 뻥 뚫린 감시망
대부분 해외직구·구매대행…당국, 과장광고 적발 못해
국내 분유만 '역차별'
외국産 허위·과장 광고 판치는데 품질면에서 훨씬 우수한
국산은 광고조차 할 수 없어
[ 김보라 기자 ]
“독일 분유에서도 세슘이 검출됐답니다. 이제 뭘 먹여야 하나요?”
국내 최대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인 ‘맘스홀릭’이 발칵 뒤집혔다. 한 회원이 일본 시민단체 NPO가 지난해 7월 진행한 분유 성분 분석 결과를 지난 5일 게시물로 올리면서다. 이 자료에는 이른바 ‘강남 분유’로 불리는 독일 압타밀과 스위스 홀레, 영국 힙 등 주요 수입 분유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팸퍼스 기저귀 유해물질 논란으로 예민해진 아기 엄마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게시글은 ‘동탄맘’ ‘청라맘’ ‘울산맘’ ‘의정부맘’ 등 지역 커뮤니티로 순식간에 퍼졌다. “제발 누가 확인 좀 해달라”는 글부터 “믿고 먹였는데 분통 터진다”는 글까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외국産이 16%…압타밀 90% 이상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독일 분유 세슘 검출이 사실인지 확인 좀 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식약처는 국내 허용치 이하의 검출량이라고 확인했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식약처 수입식품정책과 관계자는 “공식 수입 법인이 없고 개인이 구매한 제품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회수하거나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며 “100여개에 달하는 구매대행 업체를 일일이 감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세슘 검출의 진위를 따질 방법이 없고, 문제가 있어도 구제책이 없다는 것이다.
수입 분유 대부분은 공식 한국 법인이나 판매법인이 아니라 해외 직구, 구매 대행 등을 통해 들어온다. 다른 직구 식품은 구매대행업체가 안전성을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조제유류는 축산물로 분류돼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 소비자들은 외신 원문을 번역해 육아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허위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부는 공식 한국 법인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수입 분유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압타밀은 2011년 일본 원전사태 이후 소비가 급증했다. 일본산 분유가 ‘퇴출’되자 이 자리를 독일산 분유가 꿰찼다. ‘직구족’이 늘면서 5년 전 3% 수준이던 수입 분유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16%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처가 지난해 2월부터 모든 구매대행 식품에 대해 수입신고를 하도록 했지만 ‘직구족’이 늘어난 만큼 전수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구제책도 없다. 2012년 압타밀 제품에서 영유아 고위험 세균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돼 독일 본사가 자발적 리콜을 했을 때도 한국은 제외됐다.
0~6개월用 국산 분유는 광고 못해
수입 분유에 대한 허위 과장 광고가 소비자를 혼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 분유 판매대행 사이트에는 ‘모유와 가장 가까운’, ‘면역력에 최고로 좋은’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국내 분유업체의 광고는 현행법상 ‘특수용도 식품 표시 및 광고 심의기준’을 따른다. ‘모유 유사성’ ‘면역력’과 같은 문구를 광고에 사용할 수 없다. 0~6개월 아기가 먹는 1, 2단계 분유는 아예 광고를 할 수 없다. 모유 수유를 권장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 따라 ‘조제유류 광고 금지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0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국내 분유 회사엔 치명적이지만 온라인 구매대행 사이트는 다른 사이트를 열거나 잠시 광고를 내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 식약처가 적발한 분유 과장 광고 건수는 ‘0’이다.
이 때문에 국산 분유가 품질 면에서 우수한 점이 많은데도 제대로 된 광고를 못 한 채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분유업계에 따르면 산모 10명 중 7~8명이 모유 수유를 하는 선진국에선 조제분유가 보조식 개념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국산 분유는 모유 수유율이 낮은 국내 실정에 맞춰 제조됐다. 분유만으로 성장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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