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래빗 데이터저널리즘 [DJ 래빗] 12회
2개월 일베·오유 베스트 게시물 제목 분석
5만4547개 게시물, 21만2890개 키워드
#1. '일베의 희망' 황교안 '오유의 믿음' 문재인
#2. '세월호'…일베는 '선동' vs 오유는 '의혹'
#3. '박근혜'…일베는 '혼란' vs 오유는 '분노'
#4. '노무현'…오유보다 일베에 더 많은 이유
[편집자 주] 정치·사회 이슈마다 보수 진보 양 갈래로 시끌벅적한 온라인 세상이 있습니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와 '오유(오늘의유머)'. 보수를 대변하는 일베 내 게시판 수는 51개, 진보 성향의 오유는 162개에 이르죠. 세상만사 모든 이야기가 범람하는 국내 대표 종합 커뮤니티입니다.
그렇다면 말입니다. 그토록 많은 말들이 오가는 일베와 오유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는 뭘까요. 그 핵심 키워드를 찾고, 키워드가 쓰인 맥락을 알면 각 커뮤니티의 경향성을 알 수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일베와 오유의 최근 2개월을 베스트 게시판(추천을 많이 받은 글이 자동으로 모이는 대표 게시판)을 분석한 이유입니다. 2016년 11월 16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두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판 내 5만4547개 게시물을 수집했습니다. 게시물 제목을 형태소 단위로 쪼갠 후 21만2890개(일베 9만5110개·오유 11만7780개) 명사만 추렸습니다.
비어와 속어, 욕설(많아도 너무 많다, 게시판 분석이 어려운 이유) 이 난무하는 게시판 공간인 만큼, 형태소 분석만으론 상당수 키워드의 맥락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뉴스래빗은 '인물'에 주목했습니다. 키워드 상위에 고루 분포하면서도 의미와 맥락이 비교적 명확한 고유명사이기 때문입니다. 'DJ 래빗' 12회, 일베와 오유 속으로 들어갑니다.
#1. '일베의 희망' 황교안, '오유의 믿음' 문재인
최근 2개월간 일베가 가장 주목한 이름은 '황교안'입니다. 총 2만3869개 게시물 제목에 685회 등장했죠. 뒤를 이은 '문재인(425회)'보다 260회, '박근혜(399회)'보다는 300여회 많습니다. 전체 키워드 중에서도 '일베(1011회)', '이유(922회)', '속보(787회)' 다음으로 빈도가 높습니다. '이유'와 '속보'는 "oo하는 이유", <속보>처럼 제목 주목도를 높이는데 자주 쓰입니다.
일베 이용자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갓(god)교안'이라 부릅니다. "황교안 대행 체제 6개월이면 정치 외교 국방 반석에 오른다", "황교안 일하는거 봐라. 물 만난 고기다" 등 황 대행 체제를 지지하는 글이 많습니다. 더 나아가 "황교안 대통령(진) 각하 일 진짜 잘하신다", "황교안 대행님이 꼭 대통령 돼야 하는 이유 복습하고 가자" 며 차기 대통령으로 적극 밀고 있죠.
오유 에선 '문재인'이 주요 인물입니다. 3만678건 게시물 제목에 1016회 등장했죠. 오유 베스트 게시물 언급 인물 중 가장 비중이 큽니다. 전체 추출 형태소 중 가장 많이 등장한 '오늘(1272회)'의 바로 뒤를 이을 정도죠. 다음으로 많이 언급한 인물 '박근혜(430회)'보다 3배 가까이 많습니다.
일베가 황 대행에 '희망'을 걸었다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오유의 감정은 '믿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오유는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를 적극 보호하는 모모습입니다. "오늘도 두드려맞는 샌드백 문재인 선생", "문재인은 양보해야되고 지지자는 참고 인내해야 되는군요?"라며 분노하면서도 "문재인 까기가 안 통하는 이유", "문재인 증오를 사랑으로 받다" 등 문 전 대표를 향한 강한 믿음을 내비칩니다. 상당수 오유 이용자는 이 믿음을 원동력으로 "#멋짐_폭발 #문재인",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날 목놓아 울겠다"며 문 전 대표를 지지합니다.
#2. '세월호' '박근혜' '노무현'…일베 vs 오유
인물 형태소 분석으로 차기 대선주자를 향한 일베와 오유의 방향성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뉴스래빗은 다른 특정 키워드에 일베와 오유는 얼마나 다를지도 분석합니다. 촛불집회와 탄핵 사태, 조기 대선 국면으로 한국 사회의 보수 진보 대립이 극심한 현재. '세월호 7시간', '박근혜', '노무현' 어쩌면 가장 뜨거운 3가지 키워드에 대한 경향성을 봅니다.
1:) '세월호 7시간'…일베는 '선동' vs 오유는 '의혹'
'세월호(일베 272회·오유 431회)'는 일베와 오유에서 모두 뜨거운 단어입니다. 주요 정치·사회 이슈를 상징하는 명사 중 '탄핵(일베 325회·오유 432회)'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죠. 뉴스래빗은 일베·오유 2개월치 베스트 게시물 중 '세월호'를 포함한 제목을 대상으로 연관어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세월호'가 각 커뮤니티에서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베와 오유 모두 세월호 '7시간'에 가장 주목했습니다. '7시간'은 일베에서 33회, 오유에서 62회 '세월호'와 함께 등장해 연관 빈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다만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맥락은 다릅니다. 일베는 '세월호'와 '7시간'을 함께 포함한 게시물에서 '세월호 7시간' 선동적이고, 허위적이며, 실체가 없는 음해라고 주장합니다. 베스트 게시목 제목 예를 들어보겠습니다."세월호 7시간이 근본부터 선동인.EU(이유)", "청와대에서 세월호 7시간 팩트 나왔다 feat 최종" 이라며 박 대통령 행적 의혹을 전면 부정합니다. "3년동안 세월호 들먹이는데 말이야", "세월호 1000일 대다수 국민들 진짜 심정.jpg” 등 3년 넘게 이어진 세월호 논란에 피로감을 토로하는 제목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오유는 '세월호 7시간' 관련 권력층 은폐 의혹을 끈질기게 제기합니다. 놓지 않습니다. "<한겨레펌>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당일 머리하느라 90분 허비", "TBS 세월호7시간 청문회 특집 - 다이빙벨 요약", "자로님이 추적한 세월호 진실" 등 세월호 7시간에 의혹을 제기했던 각종 보도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팩트 체크 - 세월호 당일 7시간.jpg”, “세월호 의혹 총정리" 등 개인 차원에서 의혹을 정리한 글도 베스트 게시판에 올랐습니다. 보조배터리 제작, 팔찌·리본 나눔, 합동분양소 문자 발송 등 행동을 제안하는 글도 눈에 띕니다.
2:) 황, 문 다음 '박근혜'…오유 2위·일베 3위
황 대행, 문 전 대표에 이어 일베와 오유가 동시에 주목한 인물은 '박근혜'입니다. 일베에서 399회 등장해 인물 중 3위를, 오유에선 430회로 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죠. 뉴스래빗이 [오늘의 #최순실] 시리즈에서 정치 뉴스 키워드를 집계할 당시 박 대통령이 줄곧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사실과 비교하면 사뭇 이례적입니다. 일베와 오유의 정치 성향이 얼마나 뚜렷한지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일베는 '최순실 게이트' 파국 중 이어지는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의혹에 혼란한 모습입니다. 재임 중 실책으로 보수층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쪽과 뭘 그리 잘못했냐는 쪽으로 양분하고 있죠. '박근혜'를 언급한 제목 중엔 여전히 '뭘 그리 잘못했냐', '김대중, 노무현이 더 나쁘다'는 취지의 발언이 많지만 "박근혜가 XX 착하긴 한 것 같음ㅠㅠ", "도저히, 박근혜 대통령 그냥 못 보내주겠다" 같이 박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옹호하는 글엔 부정적 반응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오유는 박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주를 이룬 내용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입니다. 오유 이용자들은 "현재 박근혜를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이유", "박근혜 퇴진 안되면 제가 시킬랍니다"라며 박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년전 박근혜 찌라시", "심리학자의 1년 전 박근혜 분석", "'박근혜 세일즈 외교' 가면 벗겨보니 128조원 증발", "박근혜가 뻔질나게 외국 나간 이유가 있었네요" 라며 꼬리에 꼬리를 잇는 과거 과오까지 적극적으로 밝히고자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3:) '노무현'…오유보다 일베에 더 많은 이유
일베와 오유의 베스트 게시판에 언급된 인물 목록을 빈도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노무현'의 유무입니다. 2달 동안 '노무현(노무현·무현 포함)'은 일베에서 332번 등장합니다. 인물 이름 중 4번째로 많죠. 반면 오유에선 109회 언급됐습니다. 10위권에도 들지 못했죠.
일베에선 '노무현'이 더 이상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의미하지만은 않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유독 일베에서 많이 언급된 건 '노무현'이 일베에서 일종의 조롱의 대명사 같은 유행어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새무현운동'이 대표적입니다. '새무현운동'은 '새마을 운동'과 '노무현'의 합성어입니다. 지난해 11월 일베 한 이용자가 제안한 캠페인인데요. 이용자가 하루에 하나씩 노 전 대통령 희화화 이미지를 일베에 올려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킵니다. 뉴스래빗이 집계한 2개월간 '노무현'을 포함한 제목 중 30건이 [새무현운동]이란 말머리를 달고 있었습니다.
'새무현운동'뿐만이 아닙니다. ‘~하는 노무현', '[속보] 노무현 전 대통령 사~' 등 제목에 일정한 패턴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을 편집해 가요에 합성한 'MC 무현' 시리즈가 올라오기도 하죠.
오히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더 클 듯한 오유에서 '노무현'은 자주 보이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운전사 근황", "노무현 대통령님 저에게 임신축하해주신 아이가…",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할때면 생각나는 일화" 등이 대표적이죠. '노무현'은 이렇듯 과거 추억의 대상으로 간간히 등장하는 모습입니다.
문 전 대표와 노 전 대통령의 공통점을 거론해 '문재인=포스트 노무현'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문재인은 진짜 현직 대통령시절 노무현과 상황이 똑같음 ㅋㅋㅋ", "문재인과 노무현 두사람의 단체사진 공통점", "김대중·노무현의 원칙, 그리고 문재인의 원칙" 등 '노무현'과 '문재인'이 함께 등장한 제목이 눈에 띕니다.
# DJ 래빗 ? 뉴스래빗이 고민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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