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마쓰야마, WM피닉스오픈 2연패
9개 대회서 5승 '파죽지세'
건널목 스윙·다리 벌린 퍼팅 '탄탄'
루틴 지켜내는 초집중력 '명성'
큰 숙제 만난 K브러더스
본격 PGA 정복 나선 안병훈 등
대회마다 부닥칠 확률 높아져
[ 이관우 기자 ] 이쯤 되면 파죽지세다. 9개의 국제대회에서 5승이니 승률이 50%를 넘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에서만 넉 달 새 우승과 준우승을 두 번씩 챙겼다. 일본 골프 괴물 마쓰야마 히데키(24)의 무서운 질주다. 모처럼 기지개를 켜려던 한국 선수들은 까다로운 숙제 하나를 맞닥뜨렸다.
◆일본인 PGA 최다승 경신
마쓰야마는 6일 끝난 PGA투어 WM피닉스오픈 결승에서 웹 심슨(미국)을 연장전에서 꺾고 역전 우승했다. 작년 대회의 ‘데자뷔’에 가까운 드라마다. 당시 선두에 3타 차로 뒤진 채 결승 라운드에 나선 마쓰야마는 4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강적 리키 파울러(미국)를 따돌렸다. 올해는 선두 안병훈(26·CJ대한통운)에 4타 차 열세를 뒤집고 연장에 진출해 기어코 심슨을 제압했다. 심슨은 PGA투어 4승의 베테랑이다. 승부는 이번에도 연장 4차전에서 갈렸다.
120만6000달러(약 13억8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챙긴 마쓰야마는 일본인 PGA 최다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마루야마 시게키의 3승이었다. 마쓰야마는 지난해 말 일본인 골퍼로는 20년 만에 세계랭킹 5위권에 진입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2008년 최경주(47·SK텔레콤)가 5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마쓰야마는 이번 우승으로 시즌 2승을 가장 먼저 챙긴 저스틴 토머스(24)를 제치고 페덱스컵 랭킹 1위에 올라섰다. 한국 선수는 페덱스컵 랭킹 1위에 오른 적이 없다.
◆난적 만난 ‘K브러더스’
마쓰야마는 백스윙을 한 뒤 일단 한 번 멈추는 ‘건널목 스윙’으로 빛을 봤다. 5 세 때부터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20여년간 고집스럽게 갈고 다듬어 완성한 전매특허다. 그는 “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닮고 싶었는데 지금의 이 스윙이 익숙해져서 바꾸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건널목 스윙은 장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덕호 프로는 “스윙 궤도와 리듬, 템포를 일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마쓰야마는 드라이버로 290~380야드의 거리를 선택적으로 보내는 ‘컴퓨터 장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PGA투어 대회 코스 전장이 7500야드를 넘나들 정도로 길어지자 거리와 정교함을 동시에 확보하려 애썼다는 게 일본골프다이제스트 등 현지 매체의 보도다. 실제 지난 시즌 62.4%이던 드라이버 정확도는 이번 시즌 63.6%로 올라왔고 이번 대회에서는 66%대로 훌쩍 높아졌다. 아이언 정확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같은 기간 68%에서 80%대로 수직 상승한 것이다. 80%대의 그린 적중률은 이번 대회 출전자 중 2위의 정확도다.
그는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을 날릴 때처럼 퍼팅할 때도 발과 무릎을 많이 벌리는 독특한 셋업을 한다. 탄탄한 하체에서 안정된 스윙과 퍼팅이 나온다는 믿음에서다. 유응렬 프로는 “퍼팅할 때 양 무릎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듯한 느낌으로 어드레스하면 하체가 견고하게 땅을 붙잡아 상체와 머리의 움직임이 절제된다”고 말했다. 데뷔 초인 2014년 156위였던 퍼팅의 타수 기여도(스트로크 게인드 퍼팅)가 이번 대회에서는 46위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그를 아는 PGA투어 선수들은 통계보다 그의 집중력에 오히려 더 주목한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조심스럽게 볼에 접근하는 진지한 루틴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지키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우즈는 그가 주최한 히어로월드챌리지 대회에서 마쓰야마가 우승하자 “선수들이 앞으로 가장 버거워하는 상대가 될 것”이라며 마쓰야마 시대를 예고했다.
부활을 꿈꾸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악재다. 대회마다 부닥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PGA투어 정복에 나선 안병훈에겐 특히 경계 대상 1호가 될 공산이 크다. 우승을 눈앞에서 앗아간 그를 다시 만나 경쟁을 벌여야 할 경우 심리적 동요가 다시 생길 수도 있어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