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탐방
2000년부터 해외시장 눈 돌려
경쟁력 키우려 기술 개발 주력
2013년부터 해외서 매출 90%
싱가포르서 대규모 수주도
크레인 자동운전시스템 강점
핵심부품 인버터 국산화 도전
[ 김낙훈 기자 ]
수출입화물은 대부분 컨테이너에 실려 운반된다. 부산항 등 주요 부두에는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거대한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컨테이너 크레인은 크게 수동형과 자동형으로 나뉜다. 수동형은 운전자가 컨테이너를 작동시키고, 자동형은 크레인을 움직이는 컨트롤러가 움직임을 통제한다. 컨트롤러는 컨테이너 운반장치의 ‘눈’이자 ‘두뇌’인 셈이다.
이 컨트롤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경기 안양시에 있는 서호전기다. 이 회사는 자동레일 크레인(ARMG)과 자동운반 크레인(ATC) 분야의 컨트롤러를 생산한다.
◆크레인 컨트롤러 ‘세계적 강자’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인 창업자 이상호 회장(71)은 “자동레일 크레인 컨트롤 시스템을 공급하고 주요 컨테이너 터미널로부터 인정받는 회사는 서호전기와 스위스 ABB, TMEIC(도시바·미쓰비시·GE의 합작사), 독일 지멘스 등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호전기는 2000년 초반부터 해외시장 개척을 시작했다. 2013년부터는 매출의 90~95%를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올리고 있다. 조선업과 해운업의 침체 등으로 국내 발주량이 급감하자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덕분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기술개발에 전념한 것도 힘을 발휘했다. 보유하고 있는 특허 기술도 수십 건에 이른다.
서호전기가 크레인 시스템을 공급한 곳은 미국 브라질 중국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20여개국에 이른다. 올해엔 아프리카 모로코에도 크레인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강점은 자동운전 시스템 분야다. 수동형 컨테이너 크레인은 크레인 운전자가 운전한다. 여기에 서호전기의 컨트롤러를 부착하면 자동레일 크레인이 된다. 크레인에 운전자가 올라갈 필요 없이 중앙통제실에서 작동한다. 외부 트럭에 컨테이너를 싣는 등 특수한 경우에만 수동 운전하는데 이때에도 20여초가량 원격 운전실에서 모니터를 보고 운전한 뒤 자동으로 전환한다.
이 회장은 “수동형 컨테이너 크레인은 작업자 간 3교대를 고려하면 크레인당 3명의 운전자가 필요하지만 자동레일 크레인은 전체 운전시간 중 약 25%만 원격조종하고 나머지는 자동 운전하기 때문에 크레인 4대에 1명의 원격 운전자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자동크레인 시스템 설치”
서호전기는 싱가포르 PSA사로부터 단일 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130대의 자동레일 크레인 시스템을 중국 ZPMC(크레인 제작업체)와 공동으로 수주했다. 작년 7월부터 매월 6대씩 설치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까지 50대가 상업 운전 중이고 내년 초까지 설치와 운전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PSA는 서호전기의 기술력과 공정 관리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추진될 PSA의 추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힘입어 이 회사의 작년 9월 말까지 매출(연결기준)은 45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이상 늘었다.
1981년 설립된 서호전기는 초창기엔 전선기계 등을 생산했다. 2000년대 초반 광양항을 시작으로 부산 신선대 터미널에 5대, 현대부산신항에 38대의 자동운전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관련 기술을 축적했다. 이 회사는 크레인 컨트롤 시스템 핵심 부품인 인버터 국산화에도 나서고 있다. 프랑스 알스톰그룹에서 일해 온 김승남 사장(58)이 크레인 컨트롤 시스템 사업을 총괄하고 이 회장은 인버터 사업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자동레일 크레인 컨트롤 시스템과 핵심 부품인 인버터 사업을 양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