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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 이래도 되나] 50년 만에 한 번 이름바꾼 일본 재무성…5년 마다 간판 바꾼 한국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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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쪼개고 합치고' 기재부

일본 재무성, 예산·세제 총괄 '성(省) 중의 성(省)' 유지
총리 바뀌어도 재정건전화 '제1 목표'는 불변

한국은 정권마다 조직개편…'메뉴비용' 눈덩이
정책 일관성 떨어지고 공무원 의욕저하 부작용



[ 도쿄=서정환 / 황정수 기자 ] 한국 정부 관계자는 최근 일본 재무성(옛 대장성) 관료를 만난 자리에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재무성 관료는 대화 도중 “재무부 아니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지금은 이름이 뭐죠”라고 물었다. 한국의 기획재정부란 부처의 명칭이 헷갈렸던 것이다. 말과 표정을 볼 때 분명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재무성 관료는 “너무 자주 바뀌어서…”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의석수 기준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를 다시 둘로 쪼개는 안을 내놨다고 전하자 “앞으로 우리 카운터파트너는 어디가 되는 건가요”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50여년간 딱 한 차례 조직이 바뀐 일본 재무성 관료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쪼개지고 합쳐지기를 반복해온 한국 기재부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영 찜찜했다”고 말했다.


16년째 그대로인 일본 정부 조직

일본 대장성의 전신은 메이지유신이 있던 1868년 정부 자금조달 기관인 금곡출납소다. 이듬해 2관6성 체제로 정부 조직이 바뀌면서 ‘대장성’이란 이름이 붙었다. 최초 내각제가 출범한 1885년의 대장성은 세입·세출, 조세, 국채, 조폐, 은행까지 담당하는 거대 조직으로 꾸려졌다.

2차 세계대전 패배 후에는 연합군최고사령부(GHQ)에 의해 일본 정부 조직도 크게 바뀌었다. 육군성과 해군성이 사라지고 내무성도 해체됐다. 하지만 대장성은 끄떡없었다. 연합군 행정의 ‘협력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1947년 지금의 내각제가 헌법에 반영된 뒤에도 대장성은 변함없었다. 이후 50여년간 대장성은 ‘성(省) 중의 성’, 대장성 공무원은 ‘관료 중의 관료’로 불렸다.

2001년 중앙부처 재편에 따라 대장성은 예산과 세제만 담당하는 재무성으로 축소되고 금융정책 및 감독 업무는 금융청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 담당 대신을 재무상인 아소 다로 부총리가 겸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바뀐 건 없다는 게 일본 관가의 해석이다.

재무성은 2000년 이후 재정건전화를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자민당에서 민주당, 2012년 또다시 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도 ‘2020년 기초재정수지(재정에서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 제외) 흑자’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재무성 조직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도 2001년 개편 후 16년째 그대로다. 1부와 13성·청 체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10년 한시적 부처로 신설한 부흥청이 유일한 변화라면 변화다. “일본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정부 조직에 손을 자주 대지 않는 이유”(윤민호 일본 국제금융정보센터 연구위원실장)라는 분석도 있다.

뗐다 붙였다 기재부

일본 대장성과 달리 기획재정부는 정권 교체 때마다 ‘합쳐지고 쪼개지기’를 반복했다. 기재부의 뿌리는 세제·금융정책을 담당했던 재무부와 정책 기획·조정, 예산을 맡았던 경제기획원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재무부와 기획원은 재정경제원으로 합쳐졌다. 4년 뒤 김대중 정부에서 다시 재경원을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로 분리했다. 현재 체제가 유지된 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다. 기재부는 최근 20여년간 크고 작게 다섯 번의 조직개편이 있었다.

다른 부처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토교통부는 ‘문민정부’로 불리는 김영삼 정부 이후 일곱 차례나 부처 이름이 바뀌고, 그때마다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오죽하면 세종 관가에선 ‘부처가 살아남으려면 이름을 석 자로 지어야 한다’는 농담까지 회자된다. 과거 수차례 조직개편에도 살아남은 부처가 주로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환경부처럼 석 자 이름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경제부처를 찢고 붙이는 과정이 계속되면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메뉴비용’(식당에서 메뉴판을 바꿨을 때 메뉴판 제작비뿐만 아니라 카탈로그 교체비,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이탈 등 부대비용이 발생하는 것)처럼 각종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일관성 저하, 조직개편에 따른 세금 낭비, 미래 불확실성에 의한 조직원의 업무 의욕 저하 등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관료도 잦은 조직개편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기재부의 한 국장은 “현 구조의 단점이나 보완할 점이 있다면 개선 방안을 찾아 조직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며 “정권이 바뀐다고 조직개편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황정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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