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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vs 관세청 '고래싸움'에 속 터지는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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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선정 더는 못 미뤄"
공항공사, 2터미널 입찰 강행
관세청 "권한 넘기지 않으면 면세 특허 발급 안해" 으름장

면세점 업체는 두 기관 눈치만



[ 정인설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오는 10월 완공되는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들어설 공항면세점(출국장 면세점)의 입찰을 1일 시작했다. 공항공사로부터 공항면세점 선정권을 가져오려는 관세청은 “공항공사의 독단적 결정은 무효”라며 공항공사가 선정하는 면세점 업체에 특허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면세점 업체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며 두 기관의 눈치만 보고 있다.

◆“평창올림픽 때문에 미룰 수 없다”

공항공사는 이날 인천공항 2터미널에 들어갈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공고를 냈다. 오는 3월31일 사업자들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해 4월 말까지 심사를 끝낸 뒤 대기업 3곳과 중소·중견기업 3곳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6개월간 준비 기간을 준 뒤 인천공항 2터미널이 문을 여는 10월에 맞춰 면세점을 개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승희 2터미널 상업시설팀장은 “내년 2월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3~4개월 전부터 외국 방문객이 들어오기 때문에 공항 면세점 선정 절차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기존 1터미널의 적정 수용 인원은 연간 5400만명인데 작년 인천공항 이용객이 5777만명이어서 면세점을 비롯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게 공항공사의 설명이다.

공항공사는 당초 작년 11월 면세점 입찰공고를 내려 했지만 관세청이 사업자 선정 방식 변경을 요구하자 일정을 늦췄다. 시내면세점에 이어 공항면세점까지 직접 사업자를 정하겠다는 관세청과 협의를 거쳤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항공사는 공항 관리자인 공항공사가 가장 높은 임대료를 써내는 사업자에게 면세점 운영권을 준 뒤 관세청이 사후 승인하는 형태로 면세 특허를 발급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 세계적으로 관세청 같은 정부기관이 공항 면세점 사업자를 정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중소·중견기업을 늘려야 한다는 관세청의 주장에 따라 중소·중견 면세점 수를 2곳에서 3곳으로 늘렸다.

◆면세점 업체와 이용객만 피해

관세청은 면세점 제도를 통일성 있게 운영하려면 공항면세점도 직접 관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올해부터 면세점 사업자 선정 시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 시장을 합쳐 독과점 업체에 감점을 주는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똑같은 잣대로 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인천공항 면세점 선정권 다툼에서 밀리면 앞으로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다른 공항면세점 선정 과정에서도 공항공사 측에 휘둘릴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우리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고 낸 공항공사의 입찰공고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며 “공항공사가 사업자를 정할 때까지 선정 방식에 대해 서로 합의하지 못하면 공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사업자에 면세 특허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청과 기획재정부는 공항공사 및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함께 타협점을 찾기 위해 지난달 18일에 이어 이번주 ‘4자 협의’를 연다.

가장 답답한 건 면세점 업체들이다. 시어머니격인 관세청과 공항공사 간 갈등 속에 누구 편도 들지 못하고 하루빨리 두 기관의 갈등이 수습되기만 바라고 있다. 심상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세청과 공항공사 간 밥그릇 싸움 때문에 면세점 업체와 공항 이용객만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부가 관세 행정을 붙들고 있지 말고 시장에 맡겨야만 이런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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