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대단한 러브스토리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두 남녀의 얘기다. 마오사바는 다오청(중국 쓰촨성에 있는 현)에 있는 사찰 충고사에서 여자친구 리즈에게 청혼해 허락을 받지만 1년 뒤 헤어진다. 그 장면을 지켜본 마오사바의 친구 ‘나’는 훗날 우연히 다오청을 방문했다가 당시를 떠올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중국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 장자자(사진)의 단편소설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에 나오는 대목이다.

수록작 가운데 10여편은 영화로 만들어졌거나 영화화될 예정이다. ‘뱃사공’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개봉한 양조위·금성무 주연의 영화 ‘파도인’의 원작이다. 왕가위 감독이 제작을, 장자자가 대본과 감독을 맡았다. 작품 속 젊은 여성 샤오위는 친구 마리를 남몰래 좋아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한 몸이다. 마리의 아내 장지에가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마리의 재산을 빼돌리고 그와 이혼하며 사건이 시작된다. 샤오위는 마리를 위해 장지에에게 앙갚음을 해준다. 그런데도 마리는 끝까지 장지에만 걱정한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도시를 떠나게 된 마리는 “괜찮다”며 이렇게 읊조린다. “나에게는 추억이 있으니까.”
수록작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의 이야기여서 더 공감을 자아낸다. 작품들에는 잊을 수 없는 아련한 추억, 사랑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아픔, 숙명적인 만남이지만 자꾸 어긋나는 인연, 격정과 소란이 잦아들면서 찾아오는 고요함 등이 녹아 있다. 장자자가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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