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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잃어버린 20년? 코웃음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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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또 그 얘긴가요? 이젠 그만할 때도 됐는데 … .”

30일(현지시간) 만난 한 일본 기업 고위 간부 A씨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기자의 말에 “만약 한국이 일본처럼 거품 붕괴 상황에 직면한다면 20년은커녕 10년도 못 버틴다”고 단언했다.

업무상 서울과 도쿄를 자주 오가는 그의 분석은 이렇다. 일본이 비록 저물가, 저소비,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가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 넘는 빚더미에 깔려 있지만 ‘삶의 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좋다는 것이다.

일본의 실업률은 3%로 완전고용 수준이며, 청년실업률 역시 4% 중반에 불과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만으로도 기본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최저임금이 높다. 내수 비중이 60% 넘는 경제구조는 세계가 극단적인 보호주의로 돌아서더라도 일본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규모의 시장’을 제공한다. 도시바 등 몇몇을 제외하면 대다수 일본 기업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탄탄하다. 기술 경쟁력도 과거의 위상을 잃지 않고 있다.

고령화 인구 비중이 세계 최고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종신고용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자동화율도 세계 1위다. 고용의 70%는 서비스 분야에서 나온다. 일본이 전 세계에 깔아놓은 금융자산 덕분에 엔화는 여전히 안전통화로 분류된다. 국가부채는 ‘내재화’돼 있어 파산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일본과 한국, 대만에서 패션사업을 하는 동포 사업가도 최근 “일본에서는 경기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한국과 달리 항상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이 유지된다”며 “말 그대로 탄탄한 내수시장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연말 도쿄 신주쿠 분위기도 한국 명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활기가 넘쳤다고 전했다.

A씨는 “일본이 지난 20년간의 장기 불황을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을 한국이 제대로 학습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인이 아닌 컨설턴트의 객관적인 분석”이라며 “일본이 한국에 반면교사가 아니라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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