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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시선집 출간…"40년 詩作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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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 문화부 기자)비쩍 마른 몸에 포승줄을 두른 모습.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1992년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를 냈다가 음란문서 유포로 구속됐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예술적 표현의 한계에 대한 논란을 낳으며 전국을 뒤흔들었습니다.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마 전 교수가 시선집 <마광수 시선>(페이퍼로드)을 냈습니다. 그의 시작(詩作) 생활을 결산하는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마 전 교수는 1980년 나온 <광마집>부터 2012년 나온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까지 시집 여섯 권에서 고른 작품들과 새로 쓴 10여 편을 합해 119편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시들이 쉬우면서도 재밌고 솔직해서 부담 없이 읽기 좋습니다.

작품들을 통해 저자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맞는 성적인 표현도 자주 등장합니다. “철학, 인생, 종교가 어쩌구저쩌구 / 세계의 운명이 자기 운명인 양 걱정하는 체 주절주절 / 커피는 초이스 심포니는 카라얀 / 나는 뽀뽀하고 싶어 죽겠는데, 오 그녀는 토론만 하자고 하네 / 가자, 장미여관으로!”(‘가자, 장미여관으로’ 부분)

잘 안알려져 있지만 그는 역사에 대한 시도 쓰기 좋아합니다. 이번 시집에도 그런 시가 다수 담겼습니다. “워털루 전쟁 대목에서도, /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이 졌다”라고만 돼 있다. // 어디 나폴레옹이 싸웠나? / 졸병들이 싸웠지. // 역사책 어느 페이지를 들춰봐도 / 졸병 전사자 명단은 없다.”(‘역사’ 부분) 표현에 시적 은유 같은 게 없습니다. 혹자는 “시를 쓸 줄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니, 마 전 교수가 청록파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과거 구속사건에 대한 시도 있습니다. “재판장은 근엄한 표정을 지어내려고 애쓰며 / 피고에게 딸이 있으면 이 소설을 읽힐 수 있겠냐고 따진다 // 내가 ‘가능성’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을까 / 또 왜 아들 걱정은 안 하고 딸 걱정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 왼쪽 배석판사는 노골적으로 하품을 하고 있고 / 오른쪽 배석판사는 재밌다는 듯 사디스틱하게 웃고 있다 // 포승줄에 묶인 내 몸의 우스꽝스러움이여 / 한국에 태어난 죄로 겪어야 하는 이 희극이여”(‘사라의 법정’ 부분)

마 전 교수는 포승줄에 묶였던 당시의 상처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전시돼 논란이 인 것처럼 예술적 표현의 한계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사회가 용인하는 예술적 표현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논란을 낳았던 <즐거운 사라>는 지금 시각으로 보면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마 전 교수는 단지 시대를 잘못 타고났던 걸까요. (끝) /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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