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6일 자국 경찰관들에 의한 한국인 사업가 지모씨(53)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 한국민에게 사과하며 “살해범들은 최고 형량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사랑가니주에 대림산업이 건설한 석탄화력발전소의 준공식에 참석해 공개 사과한데 이어 김재신 주필리핀대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철저한 조치를 통해 책임있는 자들이 모두 감옥에 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그는 “이번 범죄는 끔찍한 범죄”라고 규정한 뒤 “법무장관에게 이미 체포된 경찰관 이외에 아직 체포되지 않은 혐의자들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되도록 지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이번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필요한 논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씨 사건에 대해 직접 공개사과하기는 처음이다. 그는 “직접 사과표시를 하고 싶어 준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준공식에 참석한 한국인 투자자들을 향해 “당신들 동포의 죽음에 대해 사과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이 이번 사건으로 사의를 표명했을 때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반려, 경찰관이 무고한 외국인을 납치·살해한 흉악 범죄의 총책임자인 치안총수를 감싼다는 지적을 받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경찰관들을 겨냥해 ‘개XX’라고 욕하며 “당신들의 머리를 한국으로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필리핀에서 법정 최고형은 종신형이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살인이나 마약 밀매 등 강력 범죄에 대해 사형제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 경찰청은 지씨가 지난해 10월 18일 필리핀 중부 앙헬레스에서 몸값을 노린 경찰관들에게 납치돼 마닐라 경찰청사로 끌려가 살해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필리핀 검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관 2명 등 모두 7명을 기소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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