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소유주 청구 받아들여
[ 양병훈 기자 ] 일본 대마도의 사찰 간논지(觀音寺)에서 도난된 뒤 국내에 들어온 불상을 원래 소유주로 알려진 충남 서산 부석사로 인도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있는 이 불상을 항소 여부에 관계없이 부석사에 즉시 인도하도록 했다.
대전지방법원 민사12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26일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사진) 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그동안 진행된 변론과 문화재청이 보관 중인 불상에 대한 현장검증 등을 통해 불상이 부석사 소유임을 넉넉히 추정할 수 있다”며 “과거에 증여나 매매 등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으로 운반돼 봉안돼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높이 50.5㎝, 무게 38.6㎏인 금동관음보살 좌상은 고려 말인 14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불상이 절도범의 손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자 부석사 신도들은 왜구에 약탈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환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2013년 2월 이를 받아들였다. 부석사는 이 불상 안에 있던 복장물(腹藏物)을 근거로 원소유자임을 주장했다. 일본 간논지 측도 불상을 도난당한 사실이 명백하므로 조속히 돌려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이어졌다.
부석사는 1330년께 서산 부석사 스님과 속인들이 불상을 봉안한다는 기록이 담긴 명문이 1970년대에 발견됐기 때문에 부석사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이 확실하며, 14세기에 왜구가 서해안에 자주 출몰했으므로 약탈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간논지의 사적기에 나쁜 짓을 많이 한 왜구들이 참회하기 위해 절을 지었다는 내용이 있고, 불상의 손가락과 가사 자락 끝에 화상의 흔적이 있다는 점을 약탈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문화재보호법은 국내에 반입된 문화재가 불법 반출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문화재를 유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적법하게 반출됐다면 지체 없이 소유자에게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절도단이 관음보살좌상과 함께 훔친 동조여래입상은 국내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어 지난해 7월 도난 당시 점유지인 대마도 가이진(海神) 신사에 반환됐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판결에 대해 “일본에 약탈당하거나 불법 유출된 문화재가 7만여점에 달하는데, 이번 판결을 불법 유출 문화재 환수의 시발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석사는 이 불상을 우선 예산 수덕사로 옮겨 보관하기로 하고 조계종과 문화재청, 수덕사, 경찰 등과 이송 방법 및 일정을 협의할 방침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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