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에 개헌해야 …분권형 되면 중임제도 검토"
[ 박종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대선 후보) 경선을 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어떤 누구하고도 경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에서 기성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제3지대’에서 독자 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입당할 경우) 경선이 거추장스러워서 다른 선택을 한다든지 그런 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금 조언자들의 주된 생각은 특정 당에 적을 두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이라고 말해 ‘제3지대 세력화’에 힘을 실었다.
그는 “패권과 편 가르기의 정치에서 분권과 협치의 좋은 정치로 가야 한다”며 “대선 전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내치와 외치를 다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분권형이 된다면 (대통령) 중임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경제·사회 문제를 총리가 전권을 갖고 할 수 있다면 협치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내·외치 분리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의 개헌 반대 입장에 대해 “국민의 65% 이상이 개헌을 지지하는데, 제1당 후보가 되실 분이 개헌은 안 되겠다고 하면 (어떡하느냐)”며 “민주당에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문 전 대표 개인의 의사가 탐욕스럽게 적용돼서 그런 것인지”라고 비판했다. 또 “(문 전 대표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말씀이 오락가락한다. 비판이 오니까 말을 또 바꾼다”고 지적했다.
그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자서전 《빙하는 움직인다》를 인용해 “어떻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유엔 총회에서 토론하고 결의를 채택하는데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하느냐)”며 “국민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며 “해야 할 것만 정해주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금지한 것 이외에는 모두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폭으로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이 상당히 신이 나서 일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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